프랑스 좌파내각을 이끄는 리오넬 조스팽 총리와 재계의 대표격인 전국
경영자협회의 에르네스트 셀리에 회장.

지금 프랑스에서는 이 두사람간의 독특한 연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정부와 재계간의 불편한 관계를 대변하듯 연일 경제개혁정책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두사람이 개인적으로도 비슷한 배경을 가진 "숙명의 라이벌
관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두사람은 모두 올해 나이가 이순(60)으로 엘리트 양성소인 프랑스 국립
행정학교(ENA) 동급생 출신이다.

그때부터 줄곧 수석을 다투던 둘은 65년 졸업후 우연히도 외무성 경제국에
같이 입사, 경쟁관계를 이어갔다.

둘은 정치입문 시기도 비슷했다.

물론 노선은 달랐다.

조스팽이 대학교수에서 사회당 제1서기로 변신, 진보 입장을 취한 반면
셀리에는 중도보수당을 택했다.

그러나 이때만해도 두사람은 필요할 때 서로 만나 의견을 나누곤 하던
사이였다.

그러다 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 것은 74년 셀리에가 정치에 염증을 느껴
기업인으로 변신하면서부터.

당시 조스팽이 소속한 사회당정부가 셀리에 소유의 철강회사를 산업재편
정책의 일환으로 국영기업에 강제로 합병시켜버린 것이다.

이때부터 셀리에는 "기업은 정부 말에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소신을
갖게 됐다고 최근 한 사석에서 털어놨다.

결국 둘간의 갈등관계는 셀리에가 지난해 재계총수격인 경영자협회장직을
맡으면서 본격 표면화됐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같은 두사람간의 갈등이 좌파내각과 재계간의 불편한
관계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 동급생끼리의
치열한 라이벌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종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