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동부 플로레스 섬에서 전날에 이어 9일에도 물가폭등에 항의
하는 군중들이 폭동을 계속, 백화점을 비롯한 상점들을 약탈하고 불태웠으며
자카르타의 중앙은행 밖에서는 약 3백명의 시민들이 역시 물가상승에 항의
하는 시위를 벌였다.

플로레스의 엔데시에서는 폭도들이 화교가 경영하는 상점들을 목표로 삼아
방화하고 약탈하는 가운데 주민 1명이 숨지고 화교들은 헌병대와 경찰서로
피신했으며 이 때문에 근처의 마우메레시에도 폭동에 대비한 경비상태가
강화됐다고 군인들이 밝혔다.

지난 8일에는 쌀을 비롯한 생활필수품의 부족과 가격폭등에 항의하는
군중들이 엔데시 중심부에 있는 상점들에 불을 질렀으며 시내 세군데에서
상점들이 습격을 당했다고 이 시에 주둔하고 있는 군사령부의 샤이풀 하사가
전했다.

폭도들은 8일 시 최대의 소매상인 달리아백화점을 비롯한 상점들을 약탈
하고 불태운데 이어 9일 아침에도 같은 지역에서 또 다른 상점에 방화하는
등 폭동을 계속했으나, 곧 "경찰과 군인이 출동, 폭동을 진압했다"고
군사령부관계자가 전했다.

화교상점 주인들과 그 가족들 수십명이 군사령부의 주접견실에 대피해
있으나 정확한 숫자는 알수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자카르타 중앙은행 밖에서는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 3백명의
시민들이 경제개혁이 물가폭등을 가속화시켰다고 주장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으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야당 대통령후보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여사의 지지자들이 대부분인
시위자들은 "배고파"라는 구호를 외쳐댔으며 일부 시위자들은 인도네시아
통화인 루피아화와 미달러화의 지폐들 흔들어대며 루피아의 가치하락에
항의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를 지난 32년간 통치해온 수하르토 대통령은 오는 3월 의회에서
1천명의 의원들에 의해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에서 또다시 5년 임기에 재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