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군부의 동향에 관심의 촛점이 모아지고 있다.

외환위기가 표면상 잠잠해진 가운데 물가앙등에 따른 시위가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지난주말 소요진압을 위해 군부와 경찰이 자카르타일대를 장악,
경계태세에 돌입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유력일간지인 자카르타포스트는 "수하르토를 퇴진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게제, 그 배경을 둘러싸고 의혹이 분분하다.

야당도 서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존경의 대상인 초대대통령의 딸(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이 대선후보
지명을 수락할 것이란 전단이 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인도네시아의 상황을 "군부가 수하르토에 대한 충성과
국가에 대한 충성중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한다"는 말로 요약하고 있다.

이제 칼자루는 군부의 손에 쥐어진 듯한 양상이다.

과연 인도네시아 군부는 어떤 태도를 보일까.

그 가능성을 따져본다.

<>수하르토를 계속 지지한다 =현재까지 군부의 수하르토 지지를 의심할
만한 조짐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카르타포스트의 사설이 군부와의 사전조율에 의한 것인가하는 의혹이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군부가 수하르토에 변함없는 충성을 보일 것으로 보는 분석가들은 두가지
이유를 든다.

첫째는 군부와 수하르토와의 관계다.

군부의 주요장성들이 수하르토의 수족으로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특히 콤파수스(특전사)사령관은 수하르토의 사위이며 자카르타지역군사령관
은 그의 경호실장이었다.

두번째는 대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수하르토가 철저히 1인지배체제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여권내에 확실한
2인자가 없으며 야권인사는 군부가 체질적으로 싫어한다.

물론 군부는 현체제하에서 경제적으로도 기득권세력이다.

해운 보험 삼림사업에 걸쳐 군부는 수하르토일가 및 화교기업인들과 함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쿠테타를 일으킨다 =인도네시아헌법에는 군부의 이중기능(두이퐁시)에
관한 조항이 있다.

다른 나라의 군부와 달리 인도네시아군부는 국가보위의 군사적기능과
정치혼란을 막는 정치적기능을 동시에 갖는다는 내용이다.

즉 군부의 정치참여가 헌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하르토가 끝까지 하야를 거부하고 국민들의 폭력사태가 극도로
악화될 경우 군부는 쿠테타를 일으키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군부는 수하르토가 부통령런닝메이트로 지명할 의향임을 비춰
주목받았던 하비비 장관에 대해 달갑지 않은 인물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같이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수하르토와 군부가 대립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아직까지 쿠테타의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특히 군장성들간의
의견이 수하르토지지와 반대로 나뉘어 군부내 하극상에 의한 쿠테타가
일어날 가능성은 아주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하르토를 퇴진시킨 후 보호한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쿠테타보다는
수하르토를 압박, 퇴진토록 한 후 보호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인도네시아 분석가들은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바의 전통"
이란 논리를 제시한다.

현재 인도네시아 권력층의 요로는 자바출신인맥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로부터 자바인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수하르토가 퇴진을 받아들인다해도 그 자리를 이어받을 사람을 뽑는 과정
에서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군부내에서는 육군사령관인 비란토가 다크호스로 알려져 있다.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야당은 정치공세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경제난에
따른 주민소요사태가 더욱 폭력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하르토로서는 모든 것을 잃느니 알맹이를 내주더라도 안위를 보장받는
길을 택하도록 강요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박재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