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류미정 특파원]

해외 투자가들의 자금 이탈이 계속되면서 러시아 금융시장이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9일 모스크바금융가에 따르면 동아시아의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작년 가을
이후 러시아에서도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현상이 일어나면서 현재까지 모두
80억달러이상의 외국인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과 미국계 금융기관들이 투자자금을 건지기 위해 러시아국채를 대거
매각하고 있어 정부채 수익률은 폭등세를 보이고 루블화환율도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단기국채수익률은 최근 4개월사이에 연20%대에서 40%대로
치솟았다.

러시아중앙은행은 시장실세금리를 반영하고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지난 2일부터 국채 환매금리를 연 28%에서 42%로 대폭 인상해 적용하고 있다.

루블화 가치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달러당 루블 환율은 작년 11월에만해도 5.91루블 수준있었으나 이달 6일
현재로는 6.05루블을 기록하고 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푸어스 등 신용평가기관들은 러시아 국채와 9개 주요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플레 우려가
높은데다 정국 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동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까지 가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비철금속 등 원자재 국제가격이 하향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원자재
수출국인 러시아의 경제 성장이 부진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