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번째 항공모함이 5일 걸프해역에 도착한데 이어 지중해에서
훈련중이던 미 해병 2천명도 이 지역에 급파되는 등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이
임박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미국의 대이라크 무력 응징을 줄곧 지지해온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날 워싱턴을 방문,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이라크 공격에
영국군의 참여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 국무부는 전세계 해외
공관에 이라크의 도발에 대비한 경계태세를 갖추도록 경고했다.

미 국방부의 한 고위 관리는 F15 및 FA18 전투기 1백대와 EA6B 정찰기
8대를 탑재한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가 이미 걸프해역에서 대기중인
항공모함 니미츠호와 조지 워싱턴호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걸프 해역에 3척의 항공모함을 파견한 것은 지난 91년 걸프전이후
처음이다.

또 미 국방부의 한 소식통은 미 해병 2천명이 공격용 헬기를 탑재한
괌호와 쉬레포트호, 애쉴랜드호, 오크힐호 등 4척의 수륙양용 함정에 나눠
타고 걸프 해역으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지중해에 파견돼 있던 이 해병부대가 국방부로부터 긴급
구두지시를 받고 이 지역으로 향발했다고 말했다.

한편 블레어 영국 총리의 한 대변인은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이뤄질 경우
영국군이 참여할 것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에 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영 미 양국 정상회담에서 "이라크가 유엔 무기사찰단의
자유로운 사찰활동을 허용하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데
합의했다"면서 "외교노력과 함께 필요한 군사행동의 사전 준비작업이 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클린턴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 문제에 관한 비공개
토론을 할 예정이며 이 회동은 대부분 대이라크 군사공격에 대비한 병참계획
수립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앞서 블레어 총리는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모두가 이라크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원하지만 외교노력의 성패 여부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도 "우리는 유엔 무기사찰단이 모든 장소를 다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건전한 판단력을 가진 누구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형태로 이 문제에 대해 보장을 해주면 불가피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걸프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 국무부는 이날
전세계 해외 공관에 "적절한 사전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

국무부는 지시문에서 "이라크 정부가 유엔의 결의안에 순응하지 않을
뜻임을 누차 강조하면서 도발적이고 도전적인 성명들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면서 미국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위협은 아직 없지만 무차별적인 반미
폭력행위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후세인 대통령은 현 사태의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 기울일
것이지만 이라크 국민들은 어떤 도전에도 대처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한
것으로 이라크관영 INA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그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아잠 알 아흐메드 특사와의 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전하면서, 팔레스타인측이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에 확고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