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들이 은행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은행들이 제구실을 못해서다.

대규모 부실채권에 동남아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은행들은 제 앞가름하기에
급급한 지경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대기업들이 융자제도를 신설하는 등 중소기업지원에 팔을
걷어부쳤다.

섬유그룹 도레이사는 최근 자금난에 빠진 60여개 염색.직물업체에 단기
운전자금으로 수억엔을 빌려주는 융자제도를 신설했다.

도레이사가 이들 업체들의 은행차입을 보증한 적은 있지만 단기운전자금을
직접 빌려주기는 처음이다.

도레이사는 경영실적, 장래성 등을 감안, 대출규모와 금리, 상환기간을
정할 방침이다.

에어컨제조업체 다이킨사와 중장비업체 고마츠도 협력 및 부품업체들에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협력업체들의 재무지표, 품질, 납기 등을 고려, 구체적인 융자조건을
마련하고 있다.

얼마전만해도 풍부한 자금덕에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에게 있어서
은행문턱은 낮았었다.

그러나 요즘 사면초가에 빠진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돌볼 여유가 없다.

은행을 믿다가는 공멸한다는 위기감이 대기업들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김수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