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벤처기업에 투자하라"

벤처기업 투자가 미국에서 대기업 구조조정의 유력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기법을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는 곳이 세계 PC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사이다.

MS의 주력제품인 윈도와 인텔의 합성어인 "윈텔"진영으로 불리는 이 두
회사는 지난 96~97년 2년동안 3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벤처에 쏟아부었다.

이는 벤처기업 투자를 주업으로 하는 미국 전체 벤처캐피탈이 정보통신
벤처에 투자한 금액의 2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벤처 투자에 열성인 까닭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벤처
기업의 신선한 피를 수혈해 신규시장을 개척하고 조직비대화에 따른 동맥
경화증도 예방하기 위해서다.

MS의 경우 지난 2년동안 50개가 넘는 벤처에 25억달러이상을 투자했다.

올초 무료 전자메일 서비스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핫메일사를 매수했으며
펜입력 기술을 가진 아하, 전자메일 기술을 자랑하는 링케이지 소프트웨어사
등도 사들였다.

빌게이츠 회장은 오른팔인 최고재무책임자(CFO) 그레그 마페이 부사장에게
벤처기업 투자를 맡기고 있다.

마페이 부사장은 "벤처투자를 소프트웨어 사업 확대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비해 세계최대 반도체회사인 인텔은 지난 2년간 5억달러가 넘는 돈을
1백여개사에 투자했다.

인텔 투자의 특징은 대상이 주력사업인 반도체외에 컴퓨터 소프트 온라인
출판 통신기기 등으로 광범위하다는 점.

가령 1천4백만달러를 출자한 C네트사의 경우 인터넷으로 하이테크관련
뉴스속보를 무료로 보내주고 있다.

또 네트워크 기기업체인 자콤, 비디오영상 편집소프트업체인 아비드
테크놀러지 등도 인텔의 투자업체다.

인텔은 벤처 투자를 위해 40명으로 구성된 전문투자팀을 운영하고 있다.

팀장은 최고참 베테랑인 래스리 버터스 수석부사장.

버터스 부사장은 "앞으로 정보통신분야 기업간 경쟁은 시장빼앗기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쪽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다음 목표는 바이오나
의약분야"라고 밝혔다.

MS나 인텔의 벤처 투자는 벤처캐피탈과는 성격이 다르다.

벤처캐피탈의 경우 싼 가격에 주식을 사 주가가 오르면 팔아 자본이득을
꾀하는 반면 이들 두회사는 연구개발 분야 보강이나 신산업분야 창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이들 두 거인의 공격적인 벤처투자에 대해 기술독점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현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