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섹스 스캔들의 암운이 드리운 가운데 27일(이하
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학교, 아동보호, 의료연구, 환경 예산의 획기적
증대를 비롯 30년만의 첫 균형 예산을 담은 새해 국정연설을 행하게 된다.

적자 예산 해결을 위한 여러해에 걸친 긴축정책 끝에 클린턴 대통령은
중간선거해인 올해에 이같이 획기적으로 과감한 정책안건을 제출하게 될
전망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특히 이번 새해 국정연설에서 평화봉사단의 확대,
의료보험가입자의 부담 경감, 청소년 흡연 방지, 에이즈 퇴치.식품안전.
의료연구 자금의 대폭 확충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해 클린턴이 겪고있는 사법적.정치적 고통으로 상대적 입지가
강화된 공화당은 교육환경 개선, 세금 감면, 마약퇴치운동 확대 등의
정책대안으로 맞설 태세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의문은 역시 젊은 백악관 시용직원과 성관계를 갖고 이에
관해 위증하도록 한 혐의로 사임.탄핵 압력을 받고 있는 클린턴 대통령이
이번 새해 국정연설로써 자신의 직무 수행여부를 둘러싼 짙은 불확실성의
안개를 말끔히 걷을 수 있을지 여부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을 하러 의사당 본회의장 안으로 들어섰을
때 동료 민주당 의원들 뿐 아니라 다수당인 공화당 의원들이 보이게 될
반응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컬럼비아대학 대통령 사례 연구가인 헨리 그래프 교수는 "그가 (희의장
안으로)들어 섰을 때 그들(의원들)이 기립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인가"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의회측의 탄핵 등 행동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하원법사위원장인 헨리 하이드의원(공화,일리노이)은 "정중하고
공손하며 자제된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언론 보도와 비난여론에 당황하고 있는 백악관 관리들은 국정연설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게 될지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이번 섹스 스캔들이 터지기 전 6천만의 미국민이 클린턴의 국정연설을
시청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던 정부관리들은 그의 정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이 사건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된
나머지 미국민들이 보다 많이 TV 앞으로 몰려 들 것으로 전망했다.

백악관 보좌관들은 이번 섹스 스캔들 혐의로 국정연설을 연기 또는 취소
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일소에 붙이는 한편 클린턴 대통령은 27일 오후
국정연설을 행하기 전엔 자신의 섹스 스캔들사건에 대해 일체의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직원들이 본업에 충실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자신은
주말에 백악관내 가족 극장에서 국정연설 연습을 하면서 보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또 외교정책에도 초점을 맞춰 이라크의
유엔무기사찰거부 처리방안,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확대 협정체결, 아시아
금융위기 해소를위한 IMF(국제통화기금) 기금 확충방안 등도 제시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