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경제정상회담으로 불리는 스위스의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개막이 오는 29일로 다가온 가운데 아시아 금융위기가 이번 회의의 핫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다보스 회의는 세계 각국의 거물급 정.재계 인사들이 모여 범세계적인
당면과제를 논의하고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국제적인 사교모임.

이 자리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을 비롯, 래리 엘리슨
오라클 사장, 힐러리 여사 등 세계의 유력인사 2천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내달 3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회의에서는 당초 눈앞으로 다가온 21세기의
새로운 도전에 관한 문제를 중점 토의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6개월여에 걸친 아시아 금융위기의 파장이 예상밖으로
심각해지자 이를 핵심의제로 삼게 된 것.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는 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개별국가의 사례 및
향후 아시아 경제에 대한 예측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이와함께 아시아 금융위기가 유럽과 미국 중.남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시아 위기가 중심 의제로 부상함에 따라 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부 부장관이 주재할 "향후 금융위기 예방을 위한 만찬토론"이 회의기간
중 가장 커다란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면 그동안 단골 토론거리였던 세계 정치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날
전망이다.

전대미문의 금융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올 다보스
회의에서 아시아 문제가 집중 논의된다는 점 외에도 국제적인 투자가들이
대거 모여든다는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경제대표단을 파견하는 것을 비롯,
리란칭(이란청) 중국 부총리, 수파차이 파닛차팍 태국 부총리 등이 일제히
대표단을 이끌고 회의에 참석키로 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에대해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아시아 금융위기가 국제투자가들의
인식과 직결된만큼 세계적인 큰손들이 집결할 다보스 회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전에 개최된 회의에서 아시아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들어 다보스 회의의 실효성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도 "마라톤 대화만 있을 뿐 결실이라곤 없는
외화내빈의 표본"이라며 꼬집을 정도.

이같은 지적에 대해 클로드 스마자 WEF사무총장은 "아시아의 경제혼란이
이처럼 규모가 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고 시인하면서도 "아시아 국가들이
얼마간의 구조조정을 겪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논의가
있어왔다"며 다보스 회의에 무용론을 일축했다.

스마자 사무총장은 또 아시아 위기의 향방에 대해 "아시아의 경제혼란이
이 지역 경제기적의 종말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면서 "이번 위기를 계기로
앞으로 2~3년안에 이전보다 더욱 건실한 경제를 구축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혜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