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최근의 아시아경제 상황을 경영에 최대한
이용하는 이른바 "IMF 활용 경영"을 펼치고 있다.

PC제조회사들은 환율 변동으로 가격이 떨어진 아시아산 부품구매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펴고 있으며 자동차회사들은 아시아지역의 시장개방을 호기로
삼고 있다.

다국적 컨설팅회사들은 아시아국의 기업M&A(합병인수)중개 특수를 노리고
지역특화 컨설팅을 선보이는 등 "IMF 활용 경영"이 제조업에서 서비스부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PC 및 주변기기 제조회사인 휴렛 팩커드는 협력업체들에 아시아산 부품을
최대한 많이 쓴 제품을 만들어 납품할 것을 최근 지시했다.

또 같은 PC업체인 델 컴퓨터는 아시아산 부품의 가격이 떨어진 것을
계기로 보급형 컴퓨터의 가격을 15%정도 인하하는 등 아시아의 IMF상황을
가격경쟁력 제고로 연결시키고 있다.

세계최대의 자동차메이커인 제너럴 모터스(GM)는 인도네시아시장에
진출하려고 투자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정부가 IMF협약으로 국민차에 대한 세제 혜택을 폐지키로 한
것은 세계에서 인구가 4번째로 많은 인도네시아의 조건없는 자동차 시장
개방을 의미한다.

세제 혜택 폐지 발표가 나오자마자 GM의 도널드 슐리반 아태지역담당
사장은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시장 선점 계획을
밝혔다.

금융서비스부문에서 시티뱅크는 태국에서 7번째로 큰 은행인 퍼스트 방콕
시티 뱅크의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IMF상황으로 태국에서 은행에 대한 소유지분제한이 풀린 것을 기회로
지분을 매입키로 한 것이다.

또 세계적인 회계법인겸 컨설팅기관인 KPMG는 아시아기업에 대한 구미
자본가들의 M&A수요가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아시아기업 M&A중개에
특화된 컨설팅을 선보이고 있다.

KPMG의 스테판 블룸 M&A전문가는 "아시아지역의 경기가 되살아날 조짐만
보이면 외국자본이 주도하는 M&A가 붐을 이룰 것"이라고 예상하며 이에 대한
컨설팅이 벌써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소재 경제전략연구소의 그레그 마스텔대표는 "아시아의 위기상황이
다국적 기업엔 경영 호재로 작용하는 측면도 많다"고 말했다.

<양홍모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