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금융위기는 미국의 외교정책도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아시아에 대한 IMF의 지원을 미국이 주도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외교적
난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

우선 지나친 긴축을 강요하는데서 빚어지는 반미감정의 문제다.

키신저 전국무장관은 지난주 한 강연에서 이를 경고했고 전 국무부관리였던
로버트 매닝도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물론 외교정책 당국자들은 아시아와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를 그같은 외교적 차원에서만 다루었다가는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점이 이들의 고민이다.

아시아국가와의 안보협력도 골치거리다.

태국은 최근 8대의 F18전투기 구입계획을 보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인도네시아도 12대의 러시아제 수호이 전투기 구매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국방비삭감은 군비경쟁 억제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미국은
이들의 현대적 장비 부족이 미군과의 합동훈련 및 작전에 장애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의회의 견제도 걱정하고 있다.

미의회는 26일 개회하는데 벌써부터 아시아 금융지원에 대한 청문회를
열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의회 관계의 중요한 고비는 3월이다.

이때 의회는 IMF에 1백80억달러를 추가출자하는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북한의 경수로 원전 건설 지원도 난제중 하나다.

한국은 미국의 중재로 북한의 경수로 원전건설에 50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는데 최근의 외환 위기로 그 약속을 이행할 수 있을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아시아의 금융위기는 대일관계에도 악재다.

작년에는 미일관계가 비교적 순탄했는데 이는 미국의 대일무역적자가
줄어든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계기로 일본이 다시 대미수출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양국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게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