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모라토리엄(지불유예)에 직면했다는 국제금융가의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미국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긴급하게 전화를 걸고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정부가 "긴급대책반"을 급파하는 등 선진국의
대응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빌 클린턴 미대통령과 수하르토 대통령의 8일밤 전화통화와 관련해
미행정부의 강력한 경고와 수정예산안요구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9일 IMF관계자는 최근 루피아화 급락과 관련, "현재의 경제상태를 면밀히
검토하고 어떻게 권고를 무시한 확대예산안이 나왔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며
긴급대책반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미국정부도 8일 저녁 긴급회담을 열고 인도네시아에 고위관계자를 파견,
예산안수정 등 위기수습을 수하르토 대통령에게 요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IMF관계자는 긴급대책반에 이어 11일 스탠리 피셔 부총재가 일정을 앞당겨
이 나라를 방문할 것이며 수하르토 대통령 등 고위인사들과 접촉, 개혁의지와
수행과정에 문제제기를 하고 대통령일가의 산업지배에 대해서도 거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IMF는 인도네시아에 예산안수정편성과 IMF권고의 충실한
이행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국제금융계는 관측하고 있다.

IMF는 인도네시아에 대해 약 1백억달러의 구제금융을 해주기로 결정, 일부
시행했으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오는 3월로 예정된 30억달러의 추가
지원을 실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캉드쉬 IMF총재와 윌리엄 코언 미국방장관도 내주 인도네시아를 방문,
클린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으로 있어 이때까지도 수하르토
대통령이 수정예산이나 모종의 "물러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인도네시아경제는 회생불능에 빠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경제파탄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 클린턴의
메시지는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수하르토 대통령이 물러나고 후계체제를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관측도 높다.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