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가난한 사람들과 국가들을 돕는 세계은행에도 개혁바람이 불고
있다.

지금까지 구호대상을 추상적으로만 이해해 온 세계은행은 간부급 직원들을
가난한 사람들속에 투입, 1주일간 그들과 똑같이 생활하게 하는 "빈곤주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빈곤주간" 프로그램은 2년전 취임한 제임스 D 울펜슨 세계은행총재의
지휘아래 추진되는 일련의 개혁드라이브의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워싱턴이 가장 잘 안다"는 식의 개발학파들이 주도했던 옛 시대의 간판
격인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지양하고 빈곤추방에 보다 큰 비중을 두는
것이 세계은행의새로운 접근방식이다.

"빈곤주간" 프로그램에 참여해 스리랑카의 빈민가에서 1주일을 생활했던
세계은행 인프라전문가 프래니 험플릭은 전기와 수도도 없는 무완팔레사
마을에서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침상에서 잠을 자고 차가운 밤기운에 몸을
녹이지 못해 고생하기도 했다.

목욕탕은 물론 생각조차 못했고 개구리와 물고기들이 들끓는 진흙 웅덩이가
고작이었다.

코끼리들도 사람들 틈에 섞여 이곳에서 몸을 씻었다.

이 훈련과정은 울펜슨 총재 이전부터 실시돼 오긴 했으나 본격적으로
강화된 것은 그의 취임 이후부터이다.

울펜슨총재는 창립후 제2 반세기에 들어서는 세계은행의 문화개혁운동에
박차를가하기 위해 "개혁 아니면 죽음"이라는 좌우명을 도입했다.

그는 수십명의 간부급직원들에게 먼저 변화하지 못하는 기업들을 기다리고
있는 암울한 운명에 관한 수주간의 강의를 받게 한 다음 1주간의 "빈곤주간"
훈련에 들어가도록 명령했다.

스리랑카에서 "빈곤주간"을 보낸 험플릭은 "큰 변화의 체험"을 쌓았다고
증언했다.

이전에는 가난을 막연하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물, 전기, 마땅한 음식이없는 빈곤의 현실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외모조차 완전히 바뀌게 됐다고 그녀는 말했다.

도회지 인프라 전문가인 패트리셔 아네즈는 몬순이 휩쓸고 간 인도의
아메다바드에서 "빈곤주간"을 보내면서 역겨운 냄새, 진흙, 쓰레기 속에서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빈곤현장을 직접 체험한 세계은행 관계자들은 문제의 시급성을 새로이
인식하게 됐다.

영국 구호기관 옥스팜의 저스틴 포사이트는 울펜슨총재의 개혁드라이브를
"새로운 공기의 호흡"이라고 표현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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