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 영업보고서(annual report)를 만들자"

미국 기업들이 쉬운 영업보고서 만들기에 나섰다.

소프트웨어업체인 매크로미디어는 지난해 영업보고서를 소설책처럼 만들
었다.

기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소설형식을 빌려 기술한 것.

내용뿐 아니라 표지도 영락없는 소설책이다.

다양한 칼라로 표지를 꾸몄다.

제목도 튄다.

영업보고서가 아니라 "충격적인 진실이야기(shocking true story)".

미국 ABC방송은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된다"고 소개했다.

컴퓨터업체인 아답텍은 한술 더 뜬다.

초등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는 영업보고서를 만든다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

이를 위해 영업보고서를 동화처럼 만들었다.

바보, 소년, 개 등 세 주인공이 미지의 세계(회사)를 탐험하는 것이
줄거리다.

어려운 재무제표는 맨 뒤로 밀려났다.

제작자인 콜 단하우어씨는 "독자들이 웃을 지 모른다.

하지만 몰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카덴스 네트워크제너럴 코세라포틱스 프루크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읽히는
영업보고서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들이 "쉬운 영업보고서" "보는 영업보고서"를 추구하는 이유는 크게
네가지다.

우선 영업보고서는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창구이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평론가인 시드 카토는 "기업은 영업보고서를 통해 주주
경쟁자 정부 투자분석가 등 이해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따라서 딱딱한 숫자와 전문용어를 나열해 읽히지 않는 보고서를 만드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또 복잡한 기업의 미래전략을 이해관계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다.

영업보고서 디자이너인 빌 칸씨는 "영업보고서는 더 이상 과거를 기록하는
서류가 아니다.

미래에 대한 밑그림이다"고 주장한다.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라도 영업보고서는 쉬워야 한다.

해마다 쏟아지는 영업보고서는 수천개.

도서관 열람실에는 영업보고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게 마련이다.

관심을 끌려면 튀어야 한다.

요즘 신세대들은 어려운 것을 싫어한다는 점도 영업보고서의 연성화를
부추긴다.

신세대들은 읽는 것보다 보는 것에 익숙하다.

골치아픈 것은 질색이다.

전문가들은 "영업보고서를 쉽게 만드려는 움직임은 첨단업종에 종사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이같은 움직임은 보수적인 기업들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성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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