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북서부의 작은 섬 페낭이 "다국적 기업들의 보물섬"으로 각광
받고 있다.

아시아의 금융위기로 이 지역의 외국인 투자가 찬바람을 맞고 있는 가운데
유독 페낭에는 첨단산업분야의 다국적 기업들이 앞다투어 몰려들고 있는 것.

지난 9월말 휴렛 패커드는 페낭에 10억링기트(2억7천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무선통신 부품 생산설비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뒤이어
인텔과 모터로라도 이 섬에 지역물류센터 설립계획을 내놓았다.

또 컴퓨터 디스크 드라이브용 박막 필름업체인 코마그사는 페낭공장에
연구개발시설을 추가키로 했으며 프로그램 로직 장치분야의 선구자인
알테라사도 이달초 페낭에 디자인 연구소와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앞서 지난 4월에는 패커드 벨-NEC가 당초 싱가포르에 계획했던 아태
지역의 컴퓨터 조립 및 물류센터를 페낭으로 돌린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다국적 기업들이 페낭에 몰려드는 것은 이 섬이 저렴한 생산비,
숙련된 인력, 양질의 부품공급선 등 인근 타지역에 비해 월등한 투자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페낭의 외국인 업체들도 고민은 있다.

바로 노동력의 부족이다.

말레이시아 제조업연합에 따르면 페낭의 노동력 부족은 2만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이오메가사의 루보 루켄 전무는 "당장이라도 2백~3백명이 더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한다.

페낭의 다국적 기업들은 또 공항시설의 부족으로 애를 먹는다.

특히 패커드 벨-NEC처럼 최근 신규진출한 업체들의 애로가 더욱 크다.

기존 진출업체들이 이미 페낭공항의 창고를 점령했기 때문에 이 회사는
쿠알라룸푸르나 싱가포르까지 트럭으로 운송하고 있다.

이에 페낭 주정부는 이들의 애로사항 해결책을 적극 강구중이다.

우선 인력난 해소를 위해 페낭주정부는 연방정부에 대해 외국인 고용규제를
완화해주도록 요청해 놓고 있다.

또 공항시설 부족도 연간 36만t의 처리능력을 갖춘 신화물복합시설이
완공되는 내년말쯤이면 해소될 전망이다.

주정부의 이같은 적극적인 노력이야 말로 페낭을 다국적 기업들의 보물섬
으로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우리가 또다시 해외진출지를 결정해야 한다면 역시 페낭을 선택할 것이다.

지역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페낭처럼 양질의 노동력과 효율적인 정부를
갖춘 곳은 드물다"(필 켈리 델 컴퓨터부사장)는게 외국인들이 평가이기
때문이다.

<임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