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에서 13일 폐막된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은 유럽통합의 심화와
함께 대유럽의 꿈을 뒷받침할 의미깊은 결정을 내렸다.

EU 15개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유럽단일통화로 오는 99년 도입될 "유로"화
의 안정을 위한 유로협의회 구성및 운영방안에 합의하는 진전을 이룩했다.

유로협의회(유로-X)는 통화통합에 참여하는 국가가 상호 경제.통화정책
조정을 협의해 유로의 안정을 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협의체로 추진돼
왔으나 구성 원칙 문제로 난항을 겪어 왔다.

통화통합의 주축인 독일과 프랑스는 통화통합 참가국만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통합에서 빠지게된 영국 등 4개국은 15개 회원국 모두가 협의회
에 참가해야 한다고 요구, 유로화 운용의 중요 원칙이 마련되지 못한채
표류돼 왔다.

이번 회담은 결국 유로 가입국들로만 협의회를 구성하되 공통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불참국도 협의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절충안을
이끌어 냈다.

EU 분열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버텨온 영국과 스웨덴, 덴마크, 그리스 등
4개국을 무마하기 위한 이 안으로 EU는 큰 장애물을 넘었다.

공통이해관계라는 기준이 애매해 앞으로 실제 운영과정에서 혼선이 생길
소지도 있으나 각국이 단일통화제도 성공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인식하고
있어 갈등을 극복해 나갈 전망이다.

정상들은 특히 단일통화제도 운용과 관련,회원국 모두에 영향을 미칠 경제
정책의 최종 조율을 EU 15개국 재무장관으로 구성된 경제재무각료이사회
(ECOFIN)가 맡도록 해 회원국 전체의 협력을 바탕으로 유로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이번 회담은 또 중동부유럽 10개국과 키프로스 등 11개국을 회원국으로
가입시키기 위한 공식협상을 내년 3월 개시하기로 결정, 대유럽통합의
원대한 꿈을 구체화했다.

EU 정상들은 내년 3월30일부터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키프로스 등 5개국과 EU 가입협상을 시작하며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5개국과는 예비교섭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EU는 1차 협의대상으로 선정된 6개국이 2000년대 초에 가입여건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위해 2000년부터 2006년까지 8백40억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앞으로 적어도 수년이 소요될 EU가입교섭은 가입 대상국이 EU의 수많은
기준과 지침에 맞춰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의 법률과 제도적 장치를
개편, 보완해야 하고 경제격차도 좁혀야 하는 복잡하고도 어려운 작업이다.

대유럽통합의 꿈은 다양하게 대립할 이해관계의 조정 필요성, 지원 자금의
확보및 배분문제 등 예상되는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하며 결과가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지켜 보아야 한다.

그러나 공산체제에서 벗어난 중동부 유럽국가를 모두 품에 안아야 유럽의
평화와 안정이 보장된다는 필요성과 함께 대유럽이 가져올 정치.경제적
힘의 극대화 효과를 지향하는 대통합 교섭의 구체화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EU는 이미 중동부 유럽국가 가입후의 아프리카권 통합까지도 장기적 구상
으로 겨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10년전 가입을 신청해 놓은 터키가 기존 회원국인 그리스와의
관계등으로 공식 교섭 대상에서 배제된 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EU의 한계로
지적될 수도 있다.

< 런던=이성구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