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에 은행간 합병(M&A)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90년대초 영국에서 시작된 은행간 합병은 지난 10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으로 번지더니 급기야는 UBS(Uuion Bank of Swiss)와 SBC
(Swiss Bank Corporation)간의 합병으로 전통적 "금융강국"인 스위스까지
확산됐다. < 본지 12월8일자 5면 참조 >

그리고 이같은 합병열풍은 조만간 유럽대륙의 중심부인 프랑스와 독일을
강타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서유럽에선 지난 10월13일 핀란드 최대은행인 메리타가 스웨덴 랭킹 3위인
노크뱅크와 합병하는 등 하루에만 6건의 금융보험업종간 합병이 이뤄졌다.

이들의 합병이 서유럽에서의 은행간 합병을 알리는 "전주곡"이었다면
UBS와 SBC간의 짝짓기는 서유럽금융권을 뒤흔드는 "지각변동"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새로 탄생할 UBS(United Bank of Swiss)의 자산규모는 5천9백억달러로
일본 토쿄미쓰비시은행(7천5백억달러)에 이어 세계 2위.

그러나 위탁관리할 투자금액은 1조달러에 달해 세계 최대 펀드매니저로
부상하게 됐다.

살로먼 브라더스의 은행분석가 존 레오나드는 "UBS와 SBC간의 합병으로
M&A의 소용돌이가 프랑스와 독일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프랑스와 독인은 은행수가 영국 스위스에 비해 많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프랑스의 경우 크레디 코메르시알 드 프랑스를 비롯해 방크 나쇼날 드
파리, 파리바스 등 3개 시중은행이 M&A의 주 타킷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은행들은 규모가 너무 작아 시장을 방어할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돼서다.

독일은행들의 사정은 더 급하다.

서유럽의 "간판스타"로 불리는 도이체방크는 자산규모면에서 UBS의 절반
수준밖에 안돼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드레스너방크와 코메르츠방크는 독자노선을 걸어 방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주주들이 불안을 느낀 나머지 "M&A를 모색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
중이다.

서유럽 M&A 열풍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이유는 두가지다.

우선은 단일통화도입 등 경제통합이 가속화되면서 국경을 넘는 은행간
싸움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자국시장에서 안주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규모가 크지 않고선
소매금융시장 방어조차 힘들게 돼버렸다.

보다 큰 요인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국제투자금융분야(인베스트먼트
뱅킹)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투자금융업무는 <>M&A주선 <>기업구조조정자문 <>은행단차관주간 등을
통해 국제 외환금융 자본시장을 주무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수익률면에서도 전통적인 도소매금융업무에 비해 훨씬 높다.

그러다보니 투자금융업무는 세계금융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글로벌 뱅커로
살아남는 관건이 되고 있다.

낙오자는 "로컬 뱅커"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UBS와 SBC간의 합병도 실은 국제투자금융분야를 석권하고 있는 베릴린치,
모건 스탠리 등 미국의 증권사들과 싸우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도이체 모건 그렌펠의 은행분석가 진 벨런은 "3년내에 서유럽금융시장은
4~5개 거대은행이 시장을 주도하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
했다.

< 런던=이성구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