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인 천홍하이(진홍해.29)씨는 매일 오후 5시 퇴근할때 지하철
입구 신문가판대에 진열된 30종의 신문중 베이징(북경)지역 석간신문인
"베이징만보"를 사든다.

천씨가 0.8위앤(한화 1백원 상당)씩 하는 타블로이드판신문인
"베이징만보"를 즐겨 사는 이유는 "재미 있기때문"이다.

정치기사가 많고 사회주의 이념을 강조한 "인민일보" "해방군보"등과는
달리 "베이징만보"는 고수익을 올릴수 있는 신종직업을 소개하고 컴퓨터
통신망 스포츠등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는게 천씨의 설명이다.

천씨는 "퇴근길에 신문을 찾는 사람의 절반은 베이징만보를 산다"면서
"지하철에서 산 신문은 집에 가져가 가족들이 돌려 읽는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에는 이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32인치 TV를 구입했다.

이처럼 "베이징만보"가 중국의 수도 베이징지역 독자에게 성공적으로
파고든 것으로 알려지자 중국 공산당기관지등 일부 매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문들이 편집방향을 바꾸고 있다.

정치색 짙은 내용보다 개인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지면을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각 지방 성시에서도 현지에 근거지를 둔 지역신문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중앙지보다는 현지주민의 정보욕구에 맞게 만든 지역신문의 판매부수
증가율이 가파르다.

또 정치분야와 사회주의선전 일색인 종합지보다는 금융과 증권 개혁개방
등을 다룬 경제신문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중국 신문업계에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신문구독조사에서 이같은 분위기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올상반기 C연구소가 베이징과 상하이(상해)등 주요 도시의 독자 3천여명을
대상으로 신문구독 추세를 조사한 결과 베이징에서는 "인민일보"등 관영매체
보다 "베이징만보"와 "베이징일보" "베이징청년보"가, 상하이에서는
"신민만보" "해방일보" "문회보"등 지역신문들이 상위 자리를 차지했다.

또 지방의 경제가 발달한 광저우(광주)와 선전(심천)등지에서도
"양성만보"와 "선전특구보"가 "인민일보"보다 많이 팔리고 있다.

"무거운 신문"보다 가벼운 내용을 담은 신문의 인기도 높다.

정치기사보다는 스포츠와 영화등을 주로 다룬 전문지들이 잘 팔리고 있다.

베이징 시내의 60여개 신문가판대의 독자조사에서도 "중국체육보"와
"영화보" "베이징시장주보" "중국TV보"등이 판매순위 상위 10위 이내에
랭크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신문업계의 판도변화를 광고주가 모를리 없다.

LG전자와 삼성전자등 한국의 가전제품 회사와 일본 미국 독일등의
대중진출업체들이 중국 소비자를 찾아나설때 큼직한 광고를 내는 신문이
바로 이런 "뜨는 신문"이다.

해당 신문들의 광고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내 2천여종의 각종 신문중 광고매출 순위 상위에는 바로 이런 변화를
선도하는 신문들이 자리잡고 있다.

매출액 상위그룹 신문사인 "베이징만보" "베이징청년보" "광쩌우일보"
"신민만보" "양성만보"등은 연간 매출액이 2억위앤을 넘어서 자금여력이
생기자 전자신문과 인터넷신문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베이징 = 김영근 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