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금융위기는 일본 대장성의 정책 잘못 때문이다"

최근 미국 관계와 학계에서 일 대장성 규탄론이 대두되고 있다.

선단방식으로 상징되는 통제관리가 일본의 금융시스템을 망가뜨렸으며
동아시아 통화위기도 대장성의 정책 미스로부터 촉발됐다는 것이다.

미 통화신용정책을 책임지는 앨런 그린스펀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
조차 우회적으로 대장성을 비난하고 있을 정도다.

전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이자 현 하버드대 교수인 마틴 펠드쉬타인.

그는 "일본의 우행이 아시아를 넘어뜨리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최근 월
스트리트 저널지에 게재, 대장성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기서 "사실상 일본 금융 경제정책의 전권을 갖고 있는 대장성이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 경제를 잇달아 파국으로 몬 주범"이라고 주장
했다.

펠드쉬타인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우선 대장성이 공공금리를 사상최저
수준으로 낮춤으로써 엔화가치 하락을 초래하고 타이 말레이시아 한국이
잇달아 통화가치를 떨어뜨릴 수 밖에 없는 주요인을 제공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처럼 일본내에서 초저금리가 지속됨에따라 일본 은행들이 고금리를 쫓아
동남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이는 다시 동남아국가들의 경기과열을 초래,
결과적으로 버블 붕괴를 가속화시켰다는 것이다.

이밖에 대장성이 사실상 파산한 금융기관을 구제하고 불법과 부정을 묵인,
일본 금융시스템 전체의 부패화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잊지 않았다.

그린스펀 FRB의장도 지난 2일 뉴욕에서의 강연을 통해 아시아국가의 정부
주도형 경제운영에 대해 호된 비판을 가했다.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은행융자를 집중하고 경영정보 공개를 꺼리는 정책
등이 과잉투자와 통화위기를 유발시켰다는 것.

구체적으로 들먹이지 않았어도 정부가 대기업 그룹과 일체가 돼 자원분배를
독점하는 "관민일체 경제"라는 표현을 쓴 것만 보더라도 대장성을 염두에 둔
것이 분명하다.

또 메릴린치 증권의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하넷은 "일본 대장성은 동남아
각국에 IMF가 융자 조건으로 내세운 금융개혁을 5년전에 실행했어야 했다"며
"현재의 금융위기 원인은 대장성의 정책 실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분석가 론 체나우씨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융위기 원인은 90년대초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시기 대장성이 잘못된 정책을 폈던데 근본원인이 있다"
고 비판했다.

불량채권을 떠안은 금융기관들을 시장원리에 따라 처리하지 않고 근시안
적으로 이를 회피하는 정책만을 편 것이 불상사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장성의 초저금리 정책이 일본 은행의 동남아시아 대출 러시를
유발하고 일본 버블 악영향을 수출한 셈이 됐다"며 "시장원리에 따라 도산
해야 할 은행은 도산시키는 근본적인 금융시스템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금융기관의 동아시아국가 대출은 작년말 현재 2천6백여억달러로 이중
홍콩이 33.0% 싱가포르 22.2% 태국 14.2% 한국 9.2% 등을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일본 대장성은 공식반응을 삼가고 있다.

대신 막강한 외환보유고를 무기로 IMF 구제금융 명목하에 인도네시아와
한국에 대해 미국보다 많은 돈을 지원하고 미국의 영향력 아래있는 IMF와는
별도로 아시아펀드 창립을 모색하는 등 실질적인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기 와중에 미국과 일본이 은연중 세계경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양상인 것이다.

< 강현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