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기업들이 한국에서 터진 외환위기의 불똥을 피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주요 산업의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초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40%나 폭락한 반도체가 대표적.

반도체 가격은 지난달 또다시 17%나 떨어졌는데 이는 한국업체들이 원화
절하를 바탕으로 가격인하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게 대만업체들의 분석이다.

TI-에어서의 R.T.로 부회장은 이같은 가격폭락으로 인해 올해 매출이
3억8천2백만달러에 그치고 5천6백만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만업체들은 반도체뿐 아니라 석유화학 철강 컴퓨터모니터 등에서도
한국업체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

연간 5백만대의 모니터를 생산하는 LG전자는 원화절하로 가격경쟁력이
10~15% 향상됐다며 "연간 구매량이 50만대 정도인 2개사가 거래선을 대만
에서 우리쪽으로 돌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만의 대표적인 석유화학업체인 유니온 페트로케미컬의 해리 웡 부회장은
지난 92~93년중 한국업체들의 공격적 가격전략이 덤핑전쟁을 초래했음을
상기시키며 한국업체들이 과다한 부채부담을 덜기위해 또다시 덤핑에 나설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철강업체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러시아산 저가 수입강과 동남아의 통화위기로
인한 철강가격 약세에 고전해왔는데 통화위기로 한국업체들의 가격인하
여력이 커진 것.

포철의 경우 냉연가격을 지금보다 5% 인하하더라도 원화수입은 24% 늘어나
게 된다.

하지만 대만업체들은 이번 사태에 긍정적인 기대감도 갖고 있다.

한국업체들이 통화위기로 단기적으로는 다소 이익을 얻을지라도 장기적
으로는 수입원가상승으로 인해 그 이익이 상쇄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뱅가드인터내셔널반도체의 재무담당 부회장인 로버트 시에는 "장기적
으로는 원화절하로 인해 한국의 생산원가가 상승할 것"이라며 "한국업체들이
그들의 기술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금융능력이 있는지 의심된다"
고 말했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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