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연례 각료회담은
"산유량증대" 여부에 그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OPEC는 유가안정이란 이유로 지난 93년9월 이후 총산유량을 동결시켜
왔으나 최근 사우디 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증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강해
지고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은 OPEC의 산유량을 현재(하루 2천5백3만
3천배럴)보다 약 2백만배럴(8%) 늘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도 OPEC산 석유에 대한 수입국들의 수요가 2천7백만배럴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 이유이다.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도 사우디의 주장에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사우디가 최대산유국으로서 OPEC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주요 산유국들이 이를 현실적인 방안으로 인정하고 있어 이번 회의에서
"증산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강하다.

그러나 11개회원국들이 "증산"이라는 총론에 합의할지라도 이를 위한
국가별 산유쿼터를 상향조정하는 각론에서는 치열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는 회원국들의 실제 산유량이 OPEC 합의보다 하루 3백만배럴 많은
2천8백만배럴 안팎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 리비아 알제리 인도네시아 등은 대부분 회원국들이 OPEC의
국가별 쿼터량 이상으로 석유를 생산하고 있어 증산합의가 아무런 실리를
주지 못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다시말해 사우디의 주장대로 총 산유량을 2백만배럴 늘릴 경우 쿼터비율이
높거나 현쿼터를 비교적 잘 준수하는 국가에만 그 혜택이 돌아갈뿐 여타국은
오히려 실질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역효과를 얻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이라크사태가 호전되면 다음달 유엔이 이라크의 제한적인 수출물량
을 늘려줄 수도 있다.

이경우 OPEC의 증산결정과 맞물려 유가가 급락, OPEC의 목표인 배럴당
21달러를 크게 밑돌 것이라는 우려도 강하다.

OPEC 바스켓유종 평균가격은 지난해 20.29달러에서 지난주에는 18.81달러로
떨어졌다.

결국 회원국들간 쿼터배분 문제로 논란이 심해지면 증산 원칙에 합의하더
라도 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유재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