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은 세계석유수요 증가에
대처할 수 있도록 생산량 확대를 위해 6백60억달러를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중동 최대의 금융기관인 아랍뱅킹사의 수석 경제학자 폴 파파도풀로스가
24일 밝혔다.

키프로스 출신의 석유 전문가인 파파도풀로스는 이날 아부다비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린 석유회의 개막식에서 사우디와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리비아 알제리 이집트 등이 석유소비 증가에 대처
하기 위해서는 향후 15년내에 2천2백만배럴을 추가생산, 생산량을 현재의
2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96년 기준 세계에서 생산비용이 가장 낮은 걸프지역에서 하루
1배럴을 추가생산하는데 2천~3천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따라서 2천2백만배럴을 추가생산하려면 4백40억~6백60억달러의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투자비용이 세계 총원유자원의 60% 이상을 보유한 중동 8개국
원유수입의 41%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파도풀로스는 또 중동 산유국들이 막대한 투자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30여년전 민족주의 감정이 고조되면서 추방했던 외국 투자자들을 다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동아시아가
중동산 석유의 주요 시장이 돼 이 지역에서 새로운 파트너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중심으로 한 가스부문 투자도 같은 기간
4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파파도풀로스는 이어 중동 산유국들이 2000년 이후 세계 석유무역을 장악할
경우 새로운 국제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서방과 아시아 강국이
군사적 개입을 할 가능성이 고조돼 국제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경고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