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최근 한국 기업의 브랜드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삼성물산 현지법인인 삼성아메리카가 내놓은 스포츠
힙합 패션 "후부"(FUBU)다.

불멸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NBA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는 팀 하더웨이.

또 인기 보컬 그룹으로 그레미상을 수상한 LL쿨J.

쟁쟁한 흑인 스타인 이들은 모두 후부 마니아다.

삼성 아메리카는 흑인 디자이너와의 연합을 통해 지난해 5월 처음 후부를
선보인 이래 1년여만에 흑인들이 가장 입고 싶은 브랜드로 키워 냈다.

"우리를 위해 우리에 의해"(For Us By US)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이름붙인
후부의 인기는 요즘 그야말로 "하늘 높은줄 모르는" 기세다.

지난 10월말까지 3천5백만달러(공장도가 기준)어치가 팔렸으며 연간으론
무난히 4천만달러를 넘길 전망이다.

소매가로 따져보면 1억달러가 넘는 수준으로 미 흑인 남성용 스포츠웨어
시장(10억달러)의 10%에 해당한다.

대략 흑인 열명중 한명은 후부를 입고 있는 셈이다.

후부 패션이 미 유명 백화점 매장을 장식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열풍을
반영하고 있다.

미 최대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를 비롯 메이 디파트먼트와 풋라거 챔프스
풋액션 등 일급 백화점에서 후부가 날개돋친듯 팔리고 있다.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에 있는 메이시 백화점은 최근 무려 두달이 넘게
쇼윈도에 후부 패션을 전시하기도 했다.

힙합 브랜드가 미 백화점의 원조격인 메이시 맨해튼점의 쇼윈도를 장식한
것은 후부가 처음이다.

후부가 이처럼 빠른 기간에 정상에 오른 것은 LL쿨J 등 인기정상의 연예인
을 모델로 내세운 스타 프로모션과 고가 판매 정책 덕분.

미국 경기의 장기 호황에 따라 구매력이 높아진 흑인 중산층을 겨냥한
고급 브랜드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후부 스웨터 셔츠는 한벌당 폴로와 맞먹는 1백달러에, 티셔츠도 보통
15~20달러인 다른 힙합 브랜드보다 두배가량 비싼 27~40달러선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후부 브랜드가 흑인 사회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섬에 따라 액세서리
가방 안경 언더웨어 등의 업체로부터 브랜드 라이선스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최근 일본 미쓰비시 상사는 무려 매출액의 7%를 로열티로 주는 조건으로
의류와 액세서리에 후부 브랜드를 사용키로 계약을 맺었다.

후부의 상품 기획과 디자인은 철저하게 20~30대 흑인 디자이너들이 맡고
있다.

모두 4명으로 구성된 이들 디자인 전문가 그룹은 후부사의 핵심 멤버.

후부사 지분 20%를 갖고 있는 삼성 아메리카는 생산 재고관리 판매 자금
관리를 전담한다.

상품 기획이 흑인들의 취향을 잘아는 흑인 디자이너에게 전적으로 맡겨지고
삼성은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상적 분업체제가 성공의 비결"(레이먼드 존
수석 디자이너)인 것이다.

후부는 앞으로 여성은 물론 아동복 시장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삼성 아메리카 의류영업 총괄 책임자인 이수기 부장은 "내년에는 후부의
시장 점유율이 15% 선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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