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의 통화안정을 위해 설립을 추진중인 아시아통화기금(AMF)은
빛을 볼 것인가.

한국 미국 일본등 아시아태평양지역 12개국및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18일부터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재무 고위관계자회의에서 AMF 설립이 확정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
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은 AMF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그성격과 운영방식에서는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또 IMF를 중심으로 AMF 설립 자체에 반대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아 이번
회의에서 결론을 얻는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분위기다.

우선 AMF의 성격에 대해 일본은 이 기구가 아시아 각국이 갹출한 자금을
활용, IMF의 자금지원시 추가적인 협조융자를 실시케 한다는 구상이다.

즉 아태지역에 제2의 IMF 역할을 하는 국제금융기관을 설립한다는 의도다.

이에비해 미국측은 IMF의 자금이 부족할 경우에 대비, IMF에 자금을 대출
하는 방식의 AMF를 구상하고 있다.

IMF 규정상 각국 출자액의 3배까지로 돼있는 융자한도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AMF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AMF는 자금을 제공하는 역할에 그치고 대상국에 대한 융자는 IMF가
결정하게 된다.

AMF의 운영방식에서도 양국의 입장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이번 마닐라회의에서 AMF가 IMF로부터 독립성을 확보, 금융지원
상호감시 기술지원 등 3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설립돼야 한다고
제안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금융지원의 발동요건을 <>IMF가 책정한 경제구조개혁프로그램을
보완하고 <>IMF의 자금지원이 최대한 활용된 이후로 제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아태지역의 경제 금융면에서의 문제점을 감시하고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각국의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IMF로 구성되는 지역회의를
설립토록 제안할 예정이다.

미국측은 또 IMF가 금융위기시의 자금지원에 주도적 역할을 맡고 아태지역
에 대한 금융지원한도설정도 IMF의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IMF를 중심으로 기존 국제금융기관의 기능을 강화하는게 우선적인 과제라는
견해도 강하다.

미셸 캉드시 IMF총재는 최근 "IMF 이외의 지원기구를 창설하거나 이로부터
협조융자를 실시하는 것은 관계국의 경제 금융정책을 무책임하게 할 수도
있다"며 AMF창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일부국가는 미국과 일본 주도의 AMF설립에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들은 AMF구상 자체가 세계금융시장에서 주도권을 노린 미국과 일본의
정치적 계산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견제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본은 AMF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의회가 IMF에 대한 새로운 자금갹출을 거부함에 따라 지난해 창설한
"신차입거래방식(GAB)"의 시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아시아의 최대투자국인 일본도 발등의 불로 떨어진 아시아금융자본시장의
안정을 위해 AMF 구상을 실현해야할 입장이다.

이처럼 다양한 이해가 엇갈리고 있는 AMF 설립에 대해 이번 마닐라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