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본시장을 대변하는 뉴욕의 월 스트리트는 대 금융가가 되려는
야심찬 젊은이들이 모여 드는 "기회의 거리"다.

이 뉴욕 증권가에서 요즘 샌퍼드 웨일 트래블러스그룹 회장의 "자수성가
스토리"가 성공의 바이블처럼 여겨지고 있다.

샌퍼드 웨일회장의 트래블러스그룹은 지난 9월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인 살로먼 브라더스를 전격적으로 인수해 세상을 놀라게한 금융그룹이다.

웨일 회장은 인수 계약 당시 살로먼 브라더스 주식 1주당 트래블러스 주식
1.13주로 교환해주기로 했다.

이 주식거래규모를 주가로 환산해 나온 인수대금은 90억달러로 월
스트리트 역사상 두번째로 큰 기업인수건으로 기록됐다.

웨일 회장은 잇따른 M&A(기업인수합병)를 통해 월 스트리트에서 자신의
금융제국을 건설해온 인물이다.

지난 9월의 살로먼 브라더스 인수건은 웨일 회장이 트래블러스라는 금융
제국을 확장하는데 있어 가장 최근에 벌인 성공적인 M&A로 평가받고 있다.

웨일은 경제공황의 냉기가 여전했던 지난1933년 뉴욕 빈민가인 브루클린의
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여성의류 제조업으로 미국 사회에서 뿌리를 내리려고 몸부림
친 폴란드 출신이었다.

웨일은 자기 손으로 학비를 벌어 코넬대학을 다녔고 졸업하자마자 월
스트리트로 뛰어나갔다.

이때가 22살 되는 해로 증권회사인 베어 스턴스의 증권브로커 보조가 그의
첫 직업이었다.

웨일은 이 박봉 샐러리맨을 5년만에 청산하고 자기 사업을 차린다.

친구 3명과 손잡고 "카터,벌린,포토마&웨일"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동업자들의 성을 연결해 상호가 길어진 증권회사였다.

야심만만했던 젊은이 웨일은 이 미니 증권사를 모태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주변 증권회사를 하나 둘 인수했다.

연속적인 인수합병의 결과, 웨일은 시어슨 로엡 로즈라는 꽤 규모있는
증권사의 주인이 됐다.

월 스트리트에서 신화를 창조하기 시작한 셈이다.

웨일 회장은 그러나 시어슨 로엡 로즈에서 계속 뻗어가지 못하고 좌절기를
맞았다.

시어슨 로엡 로즈를 9억3천만달러를 받고 미국의 대금융그룹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팔아 버린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웨일은 자기 회사를 매각하면서 회장 승진을 조건으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의 사장으로 들어갔으나 꿈을 이루지 못하고 퇴사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조직에서 배척당한 웨일은 과거 회사를 처분했을 때
생겼던 자금으로 다시 금융제국 건설에 나선다.

지난 86년에 컨트롤 데이터사의 소비자 신용 사업부를 사들여 흑자로 돌려
놓았다.

88년에는 월 스트리트에서 비중 있는 금융기관이었던 프라이메리카를
인수했다.

당시 프라이메리카 계열의 스미스 바니 증권은 87년의 블랙 먼데이(뉴욕
주가 대폭락) 여파로 큰 타격을 입고 있었다.

웨일의 경영술은 이 상처입은 증권사를 회복시켰다.

그는 M&A 행진을 멈추지 않고 92년에 보험사인 트래블러스를 인수했다.

급기야 93년엔 자신이 팔았던 시어슨 로엡 로즈를 되사들였다.

96년에는 애트나 보험사의 부동산 및 손보사업부를 매입했고 마침내 올해
살로먼 브라더스라는 대어를 낚은 것이다.

웨일 회장의 경영술엔 공식이 있다.

먼저 M&A 대상을 물색하는데 있어 도산 위기를 맞은 회사를 주로 선택한다.

웨일 입장에서 유리한 인수 계약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M&A에 성공하고 나면 사들인 회사의 군살을 빼기 시작한다.

비효율성을 철저하게 제거하는 초강력 다운사이징을 단행한다.

이런 군살빼기로 인해 M&A를 당한 회사의 사원들이 사정없이 정리되는
사례도 있어 한편으로 웨일은 "악명"높은 경영인으로도 통한다.

웨일 회장의 이런 경영술은 아직까지는 효력을 톡톡히 발휘함으로써
위기에 놓였던 회사들이 웨일회장 손에서 되살아나 트래블러스 금융제국의
일원이 됐다.

이같은 웨일의 경영술을 두고 월 스트리트 사람들은 인수(buy)-군살빼기
(downsize)-재건(build) 공식이라 부른다.

최근의 살로먼 브라더스 인수로 금융제국을 건설하는데 성공한 웨일 회장이
자신의 경영공식으로 제국을 앞으로 어떻게 번영시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

< 양홍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