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판 초기 칩에 결함이 발견돼 홍역을 치렀던 인텔의 펜티엄프로세서에서
또다시 버그(결함)가 발견됐다는 소문이 최근 인터넷을 타고 전세계로 퍼져
인텔측에 악몽을 되살리게 하고 있다.

인텔측은 10일 펜티엄칩에 이른바 ''F0'' 버그가 있다는 인터넷상의 소문에
대해 결함이 존재함을 시인했다.

회사 대변인은 "지난주까지도 몰랐으며 우리의 칩 버그목록에도 없는 결함"
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결함은 비교적 경미해 인텔측은 지난번처럼 큰
파문없이 상황 수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펜티엄 및 펜티엄 MMX 프로세서에서 발견되는 이 버그는 컴퓨터가
작동중 원인 불명의 동작정지 상태에 빠지는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먹통''이 되는 이 현상은 전원을 껐다 다시 켜거나 혹은 리셋
(RESET) 스위치를 눌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해결할 수 있으며 ''CTRL'',
''ALT'', ''DEL'' 키를 한꺼번에 누르는 이른바 웜부팅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다.

이같은 현상은 프로세서에 특정의 코드를 가진 명령이 입력될 때 발생
하지만 현재 시판되고 있는 상용 프로그램중에는 이같은 코드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사용자들은 거의 문제에 직면하는 경우가 없다고 인텔측은
주장하고 있다.

일부러 컴퓨터를 ''먹통''으로 만들기 위해 문제가 되는 특정 코드를 사용자
가 의도적으로 입력하는 경우 외에는 괜찮다는 주장이다.

컴퓨터 분석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결함도 다수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공유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여러 사람이 쓰는 시스템에서 누군가가 문제의 코드를 일부러 입력, 시스템
전체를 동작불능 상태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측은 그러나 이번 버그에 대해 부동소수점 연산 기능에서 오류가
발견됐던 초기 펜티엄의 결함 파동 때와는 달리 문제된 칩을 바꿔 주고
사과 성명을 내는 등의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현재 소프트웨어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강구중이라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소프트웨어 기능 개선''이란 방법으로 운영 체제를 손질, ''F0 버그''가
나타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빠르면 금주중 이 방법으로 문제를 수정할 수 있을지가 확인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