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도 가구다"

컴퓨터와 관련된 신종 사업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에는 컴퓨터의 외관을 치장해 주는 "컴퓨터 미용업"까지 등장, 눈길을
끌고 있다.

이달초 덴버에서 창업한 테크 스타일이라는 중소기업이 그 주인공으로
컴퓨터를 실내 분위기에 맞게 다시 제작해 주는게 이 회사의 설립목적.

테크 스타일의 설립자는 건축사 출신인 로버트 사비로 "애써 설계한 공간을
흉물스런 컴퓨터가 망쳐 놓는데 질려 버렸다"는게 그가 이 사업에 뛰어든
동기다.

사실 그의 지적대로 컴퓨터에 대한 많은 비판론 중에도 만인이 공감하는
것은 그 외관이 형편없다는 점이다.

실내장식가들 사이에서는 숱한 전선뭉치와 투박한 플라스틱 재질의 컴퓨터
가 "악몽과 같은 존재"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래서 가능한 한 컴퓨터는 손님의 눈에 안띠는 곳에 쳐박히게 마련이다.

테크 스타일은 바로 이런 점에 착안, 주문생산방식으로 실내분위기에
어울리는 컴퓨터를 생산하고 있다.

동급의 일반 컴퓨터에 비해 1천~1천5백달러 정도 비싼 이 회사의 컴퓨터
세트는 벽걸이용 모니터를 채택한다든지 목재를 외장재로 사용해 마치
가구같은 느낌을 주는게 특징이다.

테크 스타일은 "스타일이 없는 기술은 무용지물"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올
연말까지 5백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데 벌써부터 미국
내에서는 이 사업이 꽤 유망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컴퓨터는 그 속성상 항상 시선이 가야하는 제품이고 이런 제품이라면
외관이 미려해서 나쁠게 없기 때문이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