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지역의 전운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이라크가 무기사찰을 계속 거부하면서 미국행정부를 자극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국방장관의 아시아일정을 급거 취소하고 유엔에 대이라크
여행규제조치를 요청하는 등 공격 시간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걸프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팽팽해지고 있는데 반해 국제시장의
유가움직임은 장중 급등락을 거듭할 뿐 과거의 걸프위기때처럼 폭등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이날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선물가격이 배럴당 20.45달러로
전일대비 0.32달러가 하락했다.

런던시장에서도 브렌트유선물가격이 배럴당 19.45달러로 마감돼 0.34달러가
떨어졌다.

석유시장분석가들은 실제 걸프전쟁이 재발한다해도 국제원유시장의 수급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쟁이 터지면 단기적인 충격으로 유가가 일시적으로 폭등하더라도 바로
평소가격대로 회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쟁변수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유가전망을 낙관하는 이유로 크게
3가지를 꼽고 있다.

첫째 요인은 이번 사태로 인한 석유수급의 불안감이 이미 유가에 지나치게
높게 반영됐다는 인식이 시장관계자들간에 확산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걸프지역의 긴장이 표면화된 이달초 배럴당 1달러 정도 상승
했었다.

그러나 최근의 수급상황을 고려하면 유가는 내림세를 나타내야 정상이라는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지난달 산유량은 하루 2천8백3만배럴로 쿼터량
(2천5백3만3천배럴)보다 3백만배럴이나 많았다.

이같은 산유량은 18년만에 최대규모다.

더욱이 같은 기간 북미지역의 석유재고량은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둘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오는 2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올
하반기 각료회담에서 회원국별 쿼터를 재조정, 증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관계자들은 현재보다 약 2백만배럴을
상향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쿠웨이트나 나이지리아 등 일부 국가들도 이를 "현실적인" 방안으로 지지
하고 있다.

셋째는 최악의 경우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 군사행동에 돌입한다해도 지난
91년 걸프전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판단이다.

걸프전 직전 이라크는 하루 2백50만배럴이상을 수출했었다.

지금은 하루 70만배럴 정도에 불과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

또 당시에는 대부분의 중동유전이 이라크 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미사일이 대부분 파괴된 상태다.

물론 초단기적인 시장현상으로 걸프지역의 긴장국면이 무력대결로 피를
볼때에는 유가가 일시적으로 폭등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석유거래업자들은 "걸프위기"를 퇴색한 시장변수로 취급하며 새로운
원유시장 수급재료를 찾고 있는 것이다.

< 유재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