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베이징(북경)에서 열리는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간 중.러정상회담은 양국의 해묵은 현안인 국경분쟁
이념논쟁 등을 마무리짓고 교역확대 가스관설치 핵발전소공동건설 등 경제
협력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취임후 다섯번째 중.러정상회담을 갖는 옐친대통령은 이번 방중기간(9~11일)
동안 장주석 등 중국관리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경문제와 함께 경제분야의
상호보완성을 토대로 교역확대 기술교류 수평적산업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5~6개의 협정에 서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정상회담 안건중에는 이르쿠츠크~몽골~한국~일본 등 4개국을 잇는
총연장 3천km의 대규모 가스관 건설사업이 포함돼 있다.

양국정상은 이와함께 시베리아에서 중국으로의 전력수송, 중국 장쑤(강소)성
원자력발전소 등 대형 프로젝트의 공동 건설에 대해서도 협의할 예정이다.

또 오는 2000년까지 양국의 교역액을 지난해의 68억5천달러보다 3배 이상
많은 2백억달러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경무역
활성화와 기술이전방안을 집중 토의한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양국정상은 러시아의 한 기계회사가 중국으로부터 7억달러 상당의
연속압연기 구매계획을 발표하는 등 기계산업분야의 협력과 함께 중국의
모스크바내 경제기술산업단지조성과 무역센터건립, 정보통신사업 참여 등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양국정상회담이 경제협력강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것은 방중을 앞둔
옐친대통령의 신화통신및 인민일보와의 회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옐친대통령은 "중.러 양국은 우선 경제협력촉진에 도움이 되는 상업정보
시스템과 상업분쟁 해결 등 인프라를 조속히 갖추는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경제협력의 기본인 산업협력 인프라가 구축되면 동북아 각국을
연결하는 천연가스관건설과 전력수송 원자력발전소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의
공동 건설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동력설비와 기계제조분야의
합의를 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국 정상이 이처럼 경제협력쪽으로 외교관계의 무게 중심을 옮길수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그동안 불씨로 남아온 국경분쟁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중.러 정상은 10일 실무차원에서 합의한 동부지역 국경획정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지난 92년 중.러 국경분쟁협상을 시작한 이래 7차례의 전체회의와 17차례의
전문가회의를 거쳐 4천2백80km에 달하는 동부국경지역에 1천1백90개의
국경표지를 설치키로 한 내용이다.

이를 계기로 하바로프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흐르는 우수리강 섬들에
대한 공동개발에 착수하고 국제적 관심사인 우수리강 일대의 생태계및
환경보호사업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국제사회에서 두 나라의 입지강화 방안도 심도있게 논의할 전망이다.

양국 정상은 최근 미국.중국,러시아.일본 정상회담을 설명하고 지난달
권력을 승계한 김정일체제하의 북한과 대미 대일관계개선, 4자회담 등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한반도문제와 미.일 신안보협약지침 등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옐친대통령의 중국방문은 지난 92년12월과 지난해 4월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이고 장주석은 지난 94년 9월과 올 4월 러시아를 방문했었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