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동반하락이 걱정되십니까. 그렇다면 이제 마음 놓으십시오.
버뮤다로 오시면 됩니다"

대서양 외딴 섬인 영국령 버뮤다가 요즘 "증권시장 세일"에 나섰다.

증시를 세계에 홍보할 절호의 찬스를 맞은 탓이다.

버뮤다증시의 장점은 점점 동조화현상을 보이고 있는 세계 증시와의 연관이
적다는 것.

지난달 세계를 휩쓴 금융대란에서 벗어나 있었던 몇 안되는 증시다.

실제 미국다우지수가 7%이상 하락하는 등 세계가 증시가 요동친 지난달
27일 버뮤다증시의 하락폭은 1.4%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시장이 다시 고꾸라진 30일에도 버뮤다는 1%가량 올랐다.

각종 세제우대정책으로 7천개가 넘은 금융기관을 포함 수만개의 기업들이
서류상으로만의 회사인 "페이퍼컴패니" 형태로 진출해 있는 버뮤다.

이들이 떨궈놓는 수익이 이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만큼 왠만한 세계경기변화
에는 별영향을 받지 않는다.

"버뮤다는 북미도 유럽도 아니다. 카리브해안의 이머징마켓에도 속해 있지
않다. 그냥 버뮤다일뿐이다"(윌리엄 우즈 증권거래소이사장)는 설명이다.

눈치빠른 전문투자가들은 이미 몇년전부터 버뮤다로 몰렸다.

버뮤다는 세계최대의 "역외투자지"로 각광받았다.

버뮤다가 일반투자가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여름.두명의 미국증시
전문가에 의해 버뮤다은행과 기업들의 주식가치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부터다.

버뮤다 증시는 그때부터 3-4개월만에 약 50% 뛰어올랐다.

버뮤다증시는 이제 더이상 싸지 않다.

다만 상승과 하락의 진폭이 큰 다른 나라의 주식시장보다 훨씬 안정적이란
점이 매력이다.

요즘같은 불안한 시기에 "안전판" 마련을 위해선 최고라는 얘기다.

버뮤다증권회사들은 이제 "안전한 투자"을 원하는 일반투자자들을 위해
펀드발행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퍼스트버뮤다증권사는 오는 12월부터 외국투자자들을 위해 개당 5백달러
짜리 개방형펀드를 판매한다.

버뮤다주가지수에 연동되는 상품이다.

1백만달러어치로 시작되는 이 펀드가 1천만달러규모로 커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호언하고 있다.

26년의 역사를 가진 버뮤다증시는 주식과 펀드등 1백80여개 종목이 상장
되어 있다.

싯가총액은 3백70억달러(10월말 현재).

세계최초의 완벽한 전자동 역외주식거래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

버뮤다증시가 다른 나라의 증시위기를 자신들의 성장기회로 삼아 빠른
신장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