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회의 앙숙인 미국과 이라크가 군사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식으로
충돌함으로써 걸프 지역에서 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걸프 전쟁에 대한 우려감으로 석유 가격이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등
국제 석유 시장도 일대 난기류에 휘말렸다.

뉴욕 상업거래소에서는 3일 기준 유종인 WTI(서부텍사스중질유)의 12월
인도물 가격이 장중 한때 배럴당 0.47달러가 상승해 21.55달러를 기록하는
급등세를 보였다.

미국 국무부와 백악관 대변인들의 강경 발언으로 걸프 지역의 위험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짐에 따라 유가가 치솟은 것이다.

제임스 루빈 국무부 대변인은 "단호한 행동"을 강조하면서 전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 시장의 WTI는 장중에 다시 하락 반전해 폐장 가격은 오히려
전일대비 배럴당 0.12달러 정도 약간 떨어졌다.

유엔 본부의 코피 아난 총장이 미국과 이라크간의 타협 방안을 모색중이라는
소식이 들어오자 긴장감으로 잔뜩 사들였던 석유상들이 일시에 매도세로
돌변한 것이다.

런던 석유거래소(IPE)에서도 유가는 3일 종잡을 수 없이 출렁거렸다.

런던 시장의 기준 유종인 북해산 브렌트유의 가격은 이날 장중에 전일대비
배럴당 0.29달러정도 올랐다가 후반에는 다시 떨어져 19.95달러로 0.07달러
의 하락폭을 남겼다.

걸프의 위기상황은 외환시장으로도 전파돼 3일 뉴욕 금융가에선 달러 강세
및 엔화 약세라는 전형적인 위기 국면 거래가 나타났다.

걸프 지역의 이번 전운은 지난주초부터 가시화됐다.

지난달 27일을 전후해 이라크의 후세인정부가 유엔의 무기사찰에 대한
불만을 표면화하고 실력 행사에 들어가면서 미국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이라크측은 유엔의 무기사찰을 통해 위험한 국가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아야
석유를 마음대로 수출하고 경제도 살릴 수 있다.

이라크는 걸프지역에서 사우디 아라비아 다음으로 석유 수출을 많이 할 수
있는 매장량을 갖고 있지만 정작 수출은 국민 생필품 수입에 필요한 물량
으로 한정돼 있다.

지난 90년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제재조치로 유엔이 이라크의 석유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후세인 정부는 유엔의 무기사찰단에 미국인이 포함돼 있는 이상 공정한
판정이 나올 수 없다며 지난달 30일엔 미국인 사찰위원의 입국을 불허하는
조치까지 내렸다.

후세인측은 한 술 더 떠 이라크 땅을 감시하는 미국 정찰기를 미사일로
추락시키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이에대해 미국정부는 이라크측과 타협할 여지가 없다며 대응 발언의 수위를
계속 올려 왔다.

"모든 조치를 배제하지 않는다"에서 "전투기를 추가 배치하고 있다" 등
위협적인 발언까지 내보내고 있다.

미국은 걸프주변에 항모를 비롯한 17척의 군함과 2백대의 전투기및 2만명의
병력을 배치해 놓은 상태다.

반면 이라크는 공습을 예상한 경계태세에 돌입했고 미국 정찰기 요격용으로
SA-2 지대공 미사일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걸프지역 소식통들이 전하고 있다.

미국과 이라크가 전면전에 돌입할지 여부는 아직 변수로 남아 있지만 국제
석유 시장에서는 "걸프 변수"로 인해 투기거래가 난무하는 불안한 양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 양홍모 기자 >


[ 바그다드는 지금... ]

지난 91년의 걸프전 당시 미국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적이 있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시민들이 전쟁을 우려하며 동요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전쟁의 악몽이 되살아 나면서 이라크 디나르화의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까지만 해도 디나르화는 달러당 1천5백50디나르의 환율로
거래됐다.

그러나 지난주초부터 무력충돌 가능성이 보이자 달러당 1천7백~
1천7백50디나르에서 거래가 형성되고 있다.

또 AP통신은 폭격을 대비해 생활 필수품을 비축하려는 사재기 움직임도
보인다고 밝혔다.

이라크의 생필품 수급상황은 원유수출금지가 일부 해제된 이후 호전돼
왔으나 이번 사태로 상황이 다시 나빠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5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