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전재 ]

< Capital goes global >

국제 금융거래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 세계적으로 금융 불안을 야기한
주범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금융시장의 세계적인 통합이 금융을 더 위험하고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해 왔다.

국제화 이후 정부가 환투기꾼들 등살 때문에 거시경제정책을 올바르게
실행하지 못하는 시절이 왔다며 분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금융 국제화가 금융위기를 야기한다는 주장에는 모순이 많다.

꼼꼼하게 따져 보면 "글로벌 자본시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글로벌"이라는 말을 붙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자본시장이 통합돼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만약 국제자본시장이 정말 글로벌시장이라면 국가간 경상수지 불균형은
아주 커야 한다.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자본이동이 활발해지면 자연히 국제수지
불균형이 확대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구분석결과는 그렇지 않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노스웨스턴대학의 알랜 테일러교수는 불균형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자본이동지수"라는 지표를 개발해 조사했다.

이 조사결과 불균형 지수가 70년대이후 높아지고는 있으나 1910년대와
1950년대의 지수보다는 오히려 낮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아직은 "글로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또 세계가 글로벌 금융 시장이라면 특정 한 나라의 저축과 투자율간엔
상관 관계가 희박해져야 한다.

글로벌 시장이라면 세계 각국의 저축과 투자가 복합적으로 결합될 수 밖에
없고 특정 한 나라안에서는 두 변수의 상관 관계가 작아진다는 이론이다.

그렇지만 지난80년대의 지표로 계량분석을 한 결과 글로벌화와는 어울리지
않게 상관관계가 아주 높다는 논문도 있다.

세계의 자본시장이 통합돼 있다면 금융자산의 1물1가가 실현돼야 하지만
이또한 요원하다.

환율 변화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채권가격의 수익률이 국가간 큰 격차를
내고 있다.

심지어 자동이동이 자유롭다는 선진국 경제간에도 투자기관들은 환율
변동을 우려해 국가별로 채권을 별개의 금융상품으로 취급할 정도다.

극단적으로 말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전세계 국가의 금리가 동일해져
있어야 되는데 이같은 완전한 글로벌화는 현재로써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 그룹내에서도 국가별로 금리차가 있고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한걸음 더 나아가 국제화로 인해 금융자산의 변동이 불안해졌다는 것도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세계의 환율체제가 고정에서 변동제로 바뀌면서 외환시장에서 가변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통계학적으로 오늘날의 주식가격 변동폭은 몇십년전의 가격
변동폭과 동일하다.

자본시장 통합으로 국가의 거시정책이 잘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다.

자본 이동을 규제하는 경제에서는 단기적으로 정부의 재정정책이 효과를
잘 발휘한다.

정부지출을 늘리면 수요가 창출되고 단기적으로 경제가 생기를 찾는다.

그렇지만 재정정책은 장기적으로 보면 인플레와 고금리라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오히려 자본시장이 개방된 국가에서는 재정정책이 아닌 통화정책이 유효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94년의 멕시코와 97년의 태국의 혼란의 원인은 무엇인가.

한가지 요인으로 이들 나라의 금융기관들이 선진국과 비교해 영세하고
세련된 경영기법도 가지고 있지 못해 외국 자본 개방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여기에 일관성 없는 정부의 정책에 해외 투자자들은 실망했고 주변 국가들
까지 혼란에 빠지자 더 불안을 느껴 자본을 서둘러 빼낸 현상으로 풀이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어 투자하는 것을 두고 결코 세계 경제환경
이 혼탁해 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재 시점에서도 세계 자본시장 통합이 덜 되어 있는 판에 그릇된 시각으로
세계가 국제화로 향하고 있는 것을 저지한다면 정말로 한심한 일이 될
것이다.

[정리=양홍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