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인들이 가장 믿는 곳은 어딜까.

백악관일까 의회일까.

그도 아니면 언론기관들일까.

최근 유력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스폴의 분석결과는 좀 색다르다.

증권가인 뉴욕 "월스트리트"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곳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는 절대적인 신뢰성에서는 아직 "TV뉴스"에 조금 뒤진다.

하지만 백악관 신문 의회등은 거뜬히 앞지르고 있다.

특히 지난 90년부터 계속 1위였던 TV뉴스는 신뢰도가 점점 떨어지는 반면
당시 꼴찌였던 월스트리트는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이다.

월스트리트의 1위 탈환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같은 현상은 현대 미국인들이 "국가의 발전을 위하여..."라든가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라는 등 추상적인 언어를 구사하면서 "공중이익"의 촉진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더이상 믿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고상한 동기"를 요구하지 않는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사람들에게
더욱 호의적이라는 사실을 대변해 준다.

국민들이 정부보다 월스트리트를 더 믿기 때문에 때로는 정부고위관료들의
얘기도 말발이 잘 먹히지 않는다.

예컨대 앨런 그린스펀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이 "주가가 너무 높다"
고 설득하는데도 보통 어려움을 겪는게 아니다.

월스트리트와 견해가 다른 탓이다.

또한 지난달 27일 주가대폭락 직후 클린턴 대통령과 루빈 재무장관이
투자자들에게 "냉정을 찾아 달라"고 호소했지만 주가는 급등락을 지속하는
등 널뛰기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주가가 높아질수록 월스트리트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란데 이의를 제기한 미국인은 이제 거의 없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