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기 위해 굳이 실리콘밸리에 갈 필요가 없다"

최근 부의 축적은 컴퓨터 운영체계를 개발, 세계최고갑부에 등극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회장이나 이들 컴퓨터시스템을 통폐합하는 기술을
활용, 돈방석에 앉은 존 모그리지 시스코시스템즈사 회장처럼
"실리콘밸리파"들에 의해 주도된게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돈을 벌기 위해 애써 컴퓨터나 관련 시스템개발 등 첨단산업
에만 매달릴 필요가 없다.

실리콘밸리에서 개발된 기술을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양돈같은 "로테크
(low tech)" 업종도 하이테크산업 못지않게 21세기 유망산업으로 키워낼 수
있다.

이는 올해 포브스지가 선정 발표한 미국 4백대부자에 새로 합류한 31명중
18명이 양돈업자, 주차장관리회사, 모텔업자 등 이른바 재래산업의 총수라는
사실에서도 잘 나타난다.

미국 최대 양돈회사 "머피패밀리팜"사의 웬델 머피회장(재산 10억달러)은
로테크산업을 하이테크산업으로 변화시킨 대표 주자.

지난 60년 대학을 갓 졸업한 머피회장이 불과 10여마리로 시작한 이 농장은
오늘날 암퇘지 27만5천마리, 수퇘지 6백만마리의 미국 제1의 돼지농장으로
탈바꿈했다.

올해 예상매출은 7억7천5백만달러.

순이익만도 1억5천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머피사의 성공비결은 돼지키우기의 과학화.

머피회장은 그동안 양돈업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머리속에만 간직하고 있던
노하우와 경험들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양돈에 1백% 활용하고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27만여마리 돼지들의 교배시기, 수태기간에 대한
방대한 자료들이 축적돼 있다.

온도, 통풍 등은 각 돈사에 설치된 컴퓨터시스템에 의해 자동 조절된다.

특히 사료는 양돈비용의 65~75%를 차지하는 만큼 배급시기와 사료종류 등을
과학적으로 조절, 비용절감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머피사의 생산성이 업계 평균치를 50%이상 웃돌고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모텔운영에 전산시스템을 도입해 연간 3백만달러의 인건비절감 등을 통해
성공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는 개리 타랄드슨회장(재산 5억달러)도
로테크와 하이테크산업의 구분선을 없애 버렸다.

이밖에 몬로 카렐 센트럴파킹시스템사 회장(재산 6억달러)은 주차장업체의
최고 골치거리인 도난방지를 위해 바코드기술을 채택하면서 급성장, 올해
미국 4백대부자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 김수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