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는 건설시즌과 겨울, 두 계절이 있을 뿐이다"

한겨울만 제외하고 건설공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두고 어느
오스트리아 건축가가 우스갯 소리로 한 말이다.

실제로 겨울문턱이 멀지않은 10월초, 빈을 비롯한 주요도시 곳곳에서 건물
신축 등 갖가지 공사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것을 쉽게 목격할수 있다.

빈, 잘츠부르크 등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문화와 관광의 도시들로 유명하고
베토벤, 모차르트가 창작의 모태로 삼았던 오스트리아, 풍부한 문화유산과
1년내내 계속되는 문화, 예술행사를 좇아 로맨틱한 관광을 추구하는 관광객들
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관광산업은 오스트리아 국내 총생산 (GDP)중 6% (1996년 기준)에
머무를 뿐이고 1인당 국민소득 2만8천달러가 넘는 이나라 부유함의 상당부분
은 건설과 엔지니어링 기계산업 등 중공업부문에 기대고 있다.

지난 95년 포항제철에 도입된 알피네사의 세계적인 코렉스 제철기술뿐만
아니라 고도의 전문 기술을 바탕으로 오래전 부터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인
BMW나 벤츠 등에 주요 부품을 공급해온 수많은 자동차부품업체들도 이 나라의
자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터널이나 지하철등 지하구조물이나 교량등 대형구조물의
품질과 시공엔지니어링 업체들의 기술력은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건설, 엔지니어링업체들이 갖춘 경쟁력은 분쟁없는 노사관계
와 안정된 사회분위기, 최고의 품질과 완벽을 추구하고 철저하게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기업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제라드 후엠머
상공회의소 경제정책국장은 말한다.

여기에 고등학교부터 실질적이고도 강도높은 직업훈련을 통해 우수한
엔지니어를 길러내는 교육제도도 빼놓을수 없는 경쟁력이다.

빈 기술대학의 요들교수는 기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오스트리아의 기술교육은 기술대학을 통해 보다 높은 품질과 기술을 갖춘
기술자들을 양성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빈, 그라츠와 인스부르크에 있는 기술대학과 중부지역 윰의 특수 기술대학이
이 나라의 기술경쟁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오스트리아도 지난 95년 1월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이후 역내 다른 국가들
의 경제, 사회적인 어려움을 공유하고 있다.

안정되다 못해 정체상태에 있는 경제성장, 만성적인 무역수지적자, 점점
늘어가는 노령인구비율, 일자리를 구하러 몰려오는 동유럽인들이 그것이다.

게다가 오스트리아는 국내시장의 협소함이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때문에 오스트리아 기업들에 "세계화"는 오래전부터 경영전략의 기본이
되어왔다.

이제 더 많은 기업들이 그들 교역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유럽시장에서 벗어나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시장에 그들의 기술력을 이식시키고자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방문한 거의 모든 기업들은 자신들의 제품이나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생산시설 규모에 걸맞지 않게 작고 잘 정돈된 사무실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이들의 일단을 볼수 있었다.

대부분의 업체에서 설계작업은 물론이고 공장운영이 컴퓨터로 제어되고 있어
적은 인원으로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인상이었다.

이들중 빈 컨설팅 엔지니어스(VCE)사와 에켈글라스 같은 회사는 우리나라와
이미 깊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었고 많은 기업들이 한국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한국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VCE사는 교량 철도등 기간시설이나 고층건물의 안전진단전문회사이다.

첨단장비를 동원한 정기 점검을 통해 관리방법과 보수시기등을 진단해준다.

이 회사는 이미 1980년대초부터 한양 대림 대우 등 건설업체와 손잡고 한국
건설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올림픽대교 서해대교 등의 건설에
관여했다.

현재 동방그룹과의 합작사에 4명의 엔지니어를 상주시키고 있다.

에켈글라스는 세계최대 유리생산업체인 프랑스 생코뱅의 자회사로 하이테크
유리전문회사이다.

틀이없이 유리를 고정시키는 획기적인 포인트픽싱 (point fixing) 방식을
개발하여 이 분야 최고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한국의 중견 유리회사인 동신유리와 라이선스계약을 맺고
기술이전과 상품교류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마침 본사와 공장이 있는 수타이어에 출장나와 있던 동신유리의 서정일
특수영업부장은 협력관계에 대단한 만족을 표시하며 "이 회사는 동신과 같은
파트너의 요구에 가능하면 맞추려고 노력한다.

이런 점이 아마 오스트리아 기업의 강점일 것"이라고 말한다.

빈의 와그너 비로사는 오스트리아에서는 보기드물게 1천2백명의 종업원과
연간매출 2천만달러를 올리는 제법 큰 기업이다.

다리 수력발전소 케이블카로프 놀이기구 환경설비등 주로 철을 소재로
한 다양한 산업설비를 생산하고 시공한다.

특이하게 오페라하우스 등의 무대설비도 생산한다.

오스트리아 최대 중공업 업체인 알피네의 자회사인 메이레더 컨설트사의
미타호머사장은 이 회사의 독특한 터널시공시스템인 코넥스(CONEX)의 장점을
열띠게 설명한다.

이 방식은 자체 개발해 특허까지 획득한 길이 20 정도의 원통형으로 된
플라스틱소재의 코넥스를 내부에 연결해 터널을 건설하는 것이다.

"어느 방향에서도 시공이 가능하며 작업이 간단하고,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수 있다"고 미타호머 사장은 강조한다.

한국의 협력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오스트리아 기업의 장점은 그들의
투명성이다.

일단 파트너가 되면 비장의 자료까지도 스스럼없이 공개한다.

그리고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선진국의 기술이전 회피가 심화되는 요즘 우리기업들이 새겨 볼만한 일이다.

< 빈(오스트리아) =박진규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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