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국이 다른 나라 상선의 입항을 금지토록 명령을 내리는 것은 전시때나
생각할 수 있는 극단적인 조치다.

미국 연방해사위원회가 일본상선의 입항 금지라는 초강경책을 불사한 것은
지난 2월부터 생긴 이른바 "항만분쟁"의 불씨가 조기 진화되고 못하고
무역분쟁상황으로 비화돼 왔기 때문이다.

미국측이 일본에 불만을 제기한 근본 원인은 일본항만의 오랜 관행인
"하역전 노조협의제"로 집약된다.

일본 항구에서 외국 상선이 짐을 내릴 경우 외국 해운업체는 일본항만
하역업체를 통해 일본 항만노조와 작업 협의를 해야만 한다.

노조와 사전에 작업일정과 비용등을 사전 협의함으로써 하역비가 많이
들수 밖에 없다는 것이 미국측의 주장이다.

따라서 미국 해운업체들은 노조협의 없이 자유롭게 하역업체와 계약하는
"자유 경쟁"을 요구해 왔다.

이에대해 일본정부는 관행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노조가
걸린 사안이어서 시정하는데 시일이 많이 걸릴 것이라며 양해를 구해 왔다.

미국정부는 마침내 지난달 4일을 기해 미국 항구로 들어오는 일본 선박에
대해 입항건마다 10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일본의 주요 3개 해운회사에 취해진 벌금 조치였다.

그러나 일본측 해운업계는 과징금 부과에 반발해 왔고 이번엔 결국 미국
정부가 입항 금지라는 충격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입항금지는 국제적인 물류대란을 몰고 올 수 있는 무역전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측이 돌파구를 찾는데 협상력을 총동원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해운전쟁"이 사그러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미국측이 애초부터 초강경 태세로 나온 점에 미뤄 협상도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