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블랙먼데이(10월19일의 세계주가 대폭락)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세계주식시장에는 제2의 블랙먼데이 를 우려하는 소리가 일고 있다.

당시 폭락의 진원지였던 미국경제가 딱히 나빠서가 아니다.

미국은 현재 7년반째 경기호황을 만끽하고 있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실업율(4.9%) 인플레없는 안정성장등으로 요약되는
미 경제를 설명하기 위해 신경제론 이란 새로운 이론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그러나 달아오르는 인플레 우려 등 ''폭락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월스트리트에서도 찬반양론이 갈린다.

미국뿐 아니라 또 하나의 경제강국 일본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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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다'' ]]]

블랙먼데이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인플레우려에 따른 금리상승 <>달러약세
<>미국무역적자확대 등이 도처에 잠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앨런 그린스펀 FRB(미중앙은행) 의장은 노동시장의 과열과
인플레 우려를 들며 "최근의 증시상승은 지나친 것이며 주식시장이 앞으로도
상승세를 계속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분명 비현실적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때 주가는 1백포인트이상 빠졌다.

시장도 그린스펀의 과열우려를 인정한 셈이다.

인플레우려의 현실화 금리인상단행 주가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제2의
블랙먼데이의 주된 시나리오다.

87년 메릴린치의 수석 전략가였던 로버트 펠로우씨는 "월가에서 비록
시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깔려 있지만 세계경제의 움직임은 87년과 비슷
하다"고 말한다.

우선 영국에 이어 독일이 5년만에 금리를 올리는 등 유럽이 금융긴축정책
으로 돌아선 것을 들수 있다.

재할인율 0.5%라는 사상 최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까지 조만간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도 자국의 인플레여부를 떠나 고금리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 상황에 처할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미.일 무역불균형에서 오는 양국간 통상마찰에서도 주가폭락의 불씨가
발견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미국의 대일공격에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는 미국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무리한 대일공세는 자칫 87년 블랙먼데이같은
경제혼란을 초래할수 있다"고 분석했다.

10년전 미국은 무역적자가 경고수위에 달했을때 위기감을 표명하면서 무역
불균형을 두고 독일과의 책임공방을 펼쳤다.

양국간 경제전쟁의 난기류는 외환.주식시장에 불안감을 불러오면서 주가
폭락사태로 이어졌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해결키 위해 달러약세를 유도할 경우에는 주가는 치명적
인 타격을 받는다.

강한 달러는 물가를 안정시켜 인플레없는 안정성장을 가능케 해왔다.

그런데 갑작스런 달러약세(엔강세)정책은 인플레를 유발시키고, 미국채권을
대량으로 보유한 일본을 비롯한 외국투자가들의 자금이탈을 불러 오는 등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직결된다.

[[[ ''없다'' ]]]

과거 10년간 미국경제의 변화를 가장 잘 상징하는 것은 미국을 대표하는
주식종목의 변화다.

정보통신의 대명사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지난 86년 상장된 후 시가총액기준
으로 미국 2위로 올라섰다.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는 올초 석유 철강등 제조업을
밀어내고 하이테크업체인 휴렛패커드등이 새로 추가했다.

하이테크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기업의 경쟁력향상이 현재의 미국
주가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지금의 주식시장을 10년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이며 제2의 블랙먼데이를 우려하는 것도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87년 당시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미국기업의 차입경영 체질도 크게 개선
됐다.

기업들은 철저한 리스트럭처링으로 비용절감을 달성,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으며 고질적인 빚경영에서도 거의 탈피한 상태다.

민간부문의 대출규모도 큰 폭으로 줄어 지난 86년 2천3백60억달러에서
작년에는 1천4백60억달러에 그쳤다.

미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인 재정적자도 급속히 줄고 있다.

7년째 계속된 경기호황에 따른 세수확대덕택에 10년전 1천5백억달러에
달했던 재정적자는 현재 3백억달러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쌍둥이적자(재정적자와 무역적자)로 인해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렸던 87년 당시 미국은 어쩔수 없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경제의 호황을 반영, 해외로부터 자금공급이 끊이지
않고 있는 자금풍요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설사 주가폭락이 재연된다 하더라도 충격을 흡수할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리처드 크라츠 이사장은 "급격한 주가변동을
대처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과거 10년간 NYSE는 컴퓨터시스템에 무려 12억5천달러를 투자했다.

블랙먼데이가 재발한다 하더라도 원할한 거래를 지속할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또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파생금융상품 등으로 리스크 대처능력을 키워 놓고
있다.

< 장진모 기자 >

[[[ ''블랙먼데이''란... ]]]

87년10월19일 월요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는 하룻동안 무려 508포인트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락률로는 22.6%에 해당한다.

지금으로 따지만 1천8백포인트정도가 떨어진 셈이다.

이날의 뉴욕 주가폭락은 즉각 세계증시로 확산됐다.

이튿날 도쿄(14.9%) 런던(12.3%) 등 세계 주요주식시장도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그래서 이날을 암흑의 월요일(black monday) 로 부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