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금융 규제 완화와 불경기는 묘하게 맞물려 이 나라에 대한 외자
유입을 어렵게 하면서 엔화를 달러당 1백40엔까지 폭락시키는 역효과를 내며
이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에도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미 경제학자가 14일
전망했다.

미 MIT대의 루디거 돈부시 교수는 홍콩에서 세계경제포럼 주최로 열린
동아시아 경제정상회담의 오찬회동 기조 연설에서 이같이 지적하면서 "일본
경제는 기본적으로 빈사 상태"라고 진단했다.

돈부시 교수는 "엔화가 달러당 1백4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면서 "그 영향이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에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우 잘못된 정책을 운용함으로써 거듭되는 불경기에 허덕여온
동남아국들이 일본의 이같은 상황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서 "타격
받은 금융 체제를 재건하는데는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충고했다.

아시아국들의 대외 신용도가 갈수록 떨어짐으로써 자본 차입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음을 지적한 도른부시 교수는 그 결과 아시아의 평균 성장률이
지난 80년대의 연평균 7%에서 4% 수준으로 둔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아시아 신흥국들이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경제 정책을 수정할 수 밖에 없다면서 "외국인 투자를 견제하는
우스꽝스런 규제를 없애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