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ME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세계 최대 상품거래소중의 하나인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장래에 우려섞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보수적인 운영"으로 신생 거래소와의 경쟁에서 밀려나 국제 금속거래시장
에서의 위상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LME는 자체보고서를 통해 "올들어 LME를 통해 거래된 금속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늘어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자랑을
늘어놨다.

수치대로라면 지난해 일본 스미토모사가 부정거래로 인해 대량 손실을
입은 이후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던 위기상황에서 급속히 회복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분위기는 아니라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백21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LME가 여전히 운영상의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LME가 몇몇 거대 고객들의 입김에 너무 쉽게 움직인다는 점.

대표적인 예가 국제 거래가격의 비합리적인 결정 과정에 있다.

최근 LME는 알루미늄과 아연등 7개 품목에 대해 지나친 가격하락을 방지
한다는 명목아래 거래물량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소규모 고객들의 발길을 막아 시장을 독점하려는 몇몇 거대
고객기업들의 이해를 대변한 것이었다.

일종의 가격 담합인 셈이다.

이 때문에 주위에서는 LME 가격이 실제로 국제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LME의 경쟁자격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는 즉각 "LME가 보다 투명해지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런던의 상품거래 분석가들도 대부분 이같은 점에 동의한다.

도이치 모르간 그렌펠의 상품연구소장인 빅토르 바이엘스키는 "LME가 일종
의 클럽처럼 운영되고 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식 규제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LME는 이같은 비난이 쏟아지자 나름대로의 대책 수립에 나섰다.

LME는 이사진을 40명에서 50명으로 늘리고 다양한 거래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신형 컴퓨터 시스템도 선보였다.

또 금속거래 분야와는 무관한 2명의 이사진을 외부에서 충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LME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가장 큰 이유는 LME 이사회의 공정성 문제.즉,과연 시장을 공정하게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가 하는 점이다.

이사회는 최근 시장의 룰(규칙)을 어기는 고객을 처벌한다는 조항을 마련
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지켜진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상품거래소로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LME가 구태를 벗고 세계
금속거래시장의 1인자 위치를 계속 지킬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