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의 "악동" 엘니뇨가 지구촌 곳곳에서 변덕스런 폭우, 가뭄,
기근, 상품시장 교란 등 온갖 재해를 빚고 있다.

런던 기상국의 마이클 데이비씨는 올해의 엘 니뇨 피해가 20세기 최악을
기록한 82~83년 유형에 맞먹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엘살바도르의 태평양 해안에서는 왕새우와 바닷가재들이 사라졌고
중남미 여러곳을 폭우가 휩쓴 반면 여타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동식물이 말라죽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인도네시아, 뉴기니 등이 엘 니뇨의 영향으로 식량,
식수 및용수난을 겪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무서운 기세로 번지는 산불로 동남아 일대에 두꺼운
연무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엘니뇨현상으로 야자유시장이 타격을 받고 커피시세가 올랐으며 코코아,
고무, 사탕수수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세계 고무, 야자유 생산고의 75%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런던 랜덜 밀스 연구소의 로버트 시몬스 연구원은 인도네시아산
로버스타 콩의 금년도 생산량이 96년의 7백50만자루에 훨씬 못미치는
6백만자루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지역의 고무 및 야자유생산이 가뭄과 연무피해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로테르담 야자유 시세는 9월중순 이후 10%나 올랐다.

또 세계 제3의 코코아 주산지인 인도네시아의 코코아 생산고는
엘니뇨로 4%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현재의 세계 수요공급
불균형을 감안할때 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수준이다.

아직은 세계 제1의 코코아 산지인 코트 디부아르에는 엘 니뇨영향이
미치지 않았으나 내년에 이 지역까지 영향이 파급되면 세계 코코아 공급에
일대 타격이 예상된다.

한편 파나마, 코스타 리카, 니카라과, 엘 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 중남미정부들은 엘니뇨 피해지역 농민들에 대한 저리융자금 지급,
가뭄 또는 홍수로작황에 타격을 받은 기본식량의 수입 등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옥수수, 콩, 쌀 등 작물이 엘니뇨의 영향을 받고 있다.

어민들의 피해도 심하다.

이상난류에 적응하지 못하는 왕새우, 바닷가재를 비롯한 값비싼 어종이
멀리 떠나거나 죽어가고 있다.

하루종일 잡아야 값싼 메기 70여마리 뿐이라고 엘 살바도르 어부
펠리페 데 헤수스 리베라는 불평했다.

엘니뇨는 농.어.임업 뿐만아니라 교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장기화된 가뭄으로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시키는 파나마운하의 통항량도
줄어들 것이다.

해수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일어나는 엘니뇨 현상은 10월초
동부태평양에서 시작돼 크리스머스 전후해 절정을 이루는데 보통때는 그
영향이 무시할 정도이지만 2~7년에 한번씩 기상이변을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