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라크간 전쟁은 재연될 것인가.

중동지역 주요 산유국간 전쟁은 국제유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이 걸프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 80년 양국간 전쟁으로 이른바 제2차 오일위기가 발발, 세계경제
가 일시에 침체에 빠져드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양국간 갈등은 지난달 29일 이란전투기가 이라크 남부국경 지대에 진을
치고 있는 반이란 무장단체에 폭격을 가하면서 촉발됐다.

이라크가 즉시 이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상황을 보다 복잡하게 만든 것은 미국측의 때이른 개입 선언이었다.

미국은 지난 주말 "니미츠 항공모함이 지난 1일 홍콩을 떠나 싱가포르에
기항하려던 당초 계획을 바꿔 1주일내 걸프지역에 도착하기위해 직항중"
이라고 발표했다.

이란.이라크 양국간 교전상태에 이르기 전에 이 문제에 개입,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미국의 이런 태도에는 나름대로 명분이있다.

양국간 전쟁을 방지하기위해 미주도의 다국적군이 마련한 "비행금지구역"을
이란이 침범했다는 것이 주요 이유이다.

또 이라크가 바그다드주재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소 건물을 공격한 무장
괴한중 한명이 "이란정보기관 요원"이라고 주장한 점도 미국의 이런 행동에
빌미를 주고 있다.

중동평화의 해결사로 나선 미국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를 둘러싼 다른 국가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소련이 무너진 지금, 미국의 위세에 눌려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은 이를
관망하고 있으나 "자국 이익을 위한 개입"이란 시각이 강하다.

그 첫째는 프랑스 석유회사가 "이란 및 리비아와 거래하는 외국 석유업체
들에 제재를 가한다"는 미국 다마토법을 무시, 이란과 20억달러 상당의
가스전 개발계약을 맺은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견해이다.

이란의 모흐타지 해군참모총장은 이점을 대외에 강력히 선전하고x있다.

또 신임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이 취임이후 그동안 사이가 소원했던
유럽연합(EU)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열을 올리는 것도 미국의 비위를
거스리는 점이란 시각도 있다.

현재까지 이란과 이라크간 직접적인 교전은 없는 상태이나 미항공모함의
이동에 대응, 이란이 대규모 군사동원 훈련에 나서는 등 걸프지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따라서 오는 9일께 미국 항공모함이 걸프만에 진입한후 현지사태가 어떻게
발전할지 현재로는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걸프지역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도 "위험상황" 만으로도 유가가
상당히 민감히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이란의 이라크 침공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산 서부
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4개월만에 최고 수준인 배럴당 21.26달러까지
치솟았다.

미항공모함이 걸프전으로 향한다는 소식과 함께 8개월만에 최고수준인
배럴당 22.76달러로 뛰어 올랐다.

또 브렌트유가가 6일 싱가포르 선물시장에서 배럴당 전일대비 1달러 이상
폭등했다.

세계 유가전문가들은 걸프지역의 추세를 주의 깊게 주시할뿐 유가전망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유류의 수요가 많은 동절기가 다가오는 현실을 감안할때 걸프전의
위기고조는 그자체만으로도 유가의 급상승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견해가
강한 편이다.

이란과 이라크간 전쟁이 발발하면 지난 80년에 발생한 제2차 오일위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원유의 전량을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유가인상 압박이라는
또하나의 악재를 맞게 되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유재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