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이학영 특파원 ]

복사기의 대명사 제록스사와 간판 프린터업체 휴렛팩커드사가 상대방 분야에
각각 신규 진출, 서로의 아성에 도전할 것을 선언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록스는 29일(현지시간) 1분당 32페이지와 24페이지를 각각 인쇄할수 있는
프린터를 대당 2천9백달러와 2천4백50달러에 출시, 프린터 시장에 진출한다
고 발표했다.

제록스는 이와 함께 휴렛페커드(HP) 프린 제품과 호환성이 있는 토너및
카트릿지도 생산한다고 밝혀 HP가 누려 온 "프린터 아성"을 완제품 뿐
아니라 부품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공략할 의도임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HP는 "제록스가 뛰어들 분야는 별 부가가치가 없는 저급 기종에
국한돼 있다"며 "그동안 HP가 프린터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구축해온 명성
에는 조금의 위협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이 회사의 제레미 제임스 홍보 책임자는 미국 언론들로부터 논평을
요구받자 "제록스는 곧 복사기의 대명사로 통해 올 만큼의 특정 분야의
전문업체로 이미지가 굳혀져 왔다"며 "이런 회사가 아무리 다른 분야에
진출해본들 성공할수 있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하는 여유를 보였다.

HP는 이와 함께 그동안 축적해온 프린터 제조 기술을 활용, 향후 18개월
동안 복사기 기능을 겸비한 최첨단 복합기능 프린터 시리즈를 내놓기로 하는
등 오히려 제록스 아성에 대해 역습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P는 이와관련, 자사프린터 제품의 대리점 망이 미국 전역에 탄탄하게
구축돼 있어 이를 활용할 경우 제록스의 복사기 시장을 크게 잠식할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제록스의 전략 역시 만만치는 않다.

프린터와 복사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중요 기술 중 하나인 종이말림
(paper jam) 방지 기술에 관한 한 제록스가 독보적인 만큼 HP의 프린터
아성을 무너뜨리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또 복사기의 판매 사후관리를 맡는 애프터서비스 망이 미국 전역에 구축돼
있어 판매 네트워크 경쟁에서도 HP만 못할 게 없다는 설명이다.

제록스는 복사기 시장이 포화 상태를 맞고 있는 반면 프린터 시자은 날로
확대를 거듭, 개인용 잉크젯 프린터만도 올해 3백억달러의 시장을 형성
하는데 이어 오는 2000년에는 5백40억달러로 급팽창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