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느냐 트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사무실 문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사무공간은 크게 열린 스타일과 막힌 스타일로 나뉜다.

문을 없애는 대신 각 직원 책상 주변에 파티션(사무용 칸막이)을 두르거나
개인별로 따로 방을 마련하는 것.

일반 기업의 경우 점차 열린 스타일을 선택하는 추세다.

기업에 팀제가 정착되면서 정보공유나 팀미팅에 훨씬 효과적인 열린 공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한데 따르면 현재 미국의 일반 사무직종 근로자중
60%이상이 열린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하이테크놀로지 업계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이른바 "윈델"로 불리는 파트너십을 자랑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조차 이 문제를 놓고 엄청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인텔의 경우 지난 68년 회사 문을 연 이후 줄곧 열린 공간을 고비해 왔다.

평등주의를 내건 인텔에서 "특별대우"란 찾아볼 수 없다.

임원식당이나 임원 전용주차장도 없다.

심지어 앤드류 그로브 회장조차 회장실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있다.

회장부터 말단사원까지 전 직원이 한 방에서 일하는 셈이다.

그나마 회사가 번창하고 직원이 늘어나면 회장용 공간은 점전 좁아지고
있다.

"벽을 허물고 문을 떼어내는 것은 완벽한 팀웍과 협력을 이룬다는 뜻"
(패트라샤 머레이 인사담당 부사장)이라는게 인텔의 신념이다.

반면 MS측 은 전혀 다른 주장을 내세운다.

"컴퓨터 황제"로 불리는 빌 게이츠 회장은 "자고로 프로그래머는 철저한
독립공간에서 완전한 고독을 벗삼아 일할때 최고의 걸작을 내놓을 수 있다"
고 말해 왔다.

하이테크 산업은 천재가 이끄는 산업이며 따라서 천재가 심혈을 기울여
일할 수 있는 "나홀로 공간"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보스의 신조에 도전하는 사람이 없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애풀, 어도비시스템 등 개별 사무실 지지파와
네트스케이프를 필두로 최근 칸막이를 도입하기 시작한 IBM등 열린 공간
지지파들을 서로의 시스템이 우월하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

정보통신 관련 창업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가운데 근무환경과 생산성과
의 관계를 풀어내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이리저리 갈라지고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사무환경에 앞서 개개인의 역량부터 충실히 갖춰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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