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대자동차메이커인 마루티와 일본 스즈키자동차간의 갈등이 양국
재계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양사간 다툼의 발단은 마루티사가 최근 이사회에서 차기사장으로 현
부사장인 바스카르두씨를 지명하면서부터.

스즈키는 즉각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파트너인 스즈키에 사전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했다"(스즈키
사장)는 것이다.

이에대해 마루티측은 "이번 사장임명권이 마루티에 있는데도 스즈키가
간섭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철수할테면 해봐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법정문제로까지 오른 양사간 다툼은 22일 뉴델리 최고법원이
마루티쪽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스즈키는 이 결정에 불복,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더욱이 이번 마루티의 사장지명에는 이 회사의 지분 50%를 소유한 인도
정부가 직접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급기야는 싸움이 스즈키와 인도
정부간의 문제로 확산될 조짐이다.

업계는 그러나 이번 양사간의 갈등이 차기사장 선임문제로 표면화됐지만
사실은 인도에서 사업을 확대하려는 스즈키의 야심과 이를 제어하려는 인도
정부간의 갈등이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즈키는 성장잠재력이 큰 인도자동차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그동안 마루티
의 지분확대를 계속 노려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정부가 차기경영인을 마음대로 지목하고 나서자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한편 인도시장에서 스즈키에 선두를 뺏겨온 선진 자동차메이커들은 이번
싸움의 결과가 자사에 어떤 득실을 가져올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인도 자동차시장은 연간 40여만대 규모로 마루티승용차가 80%를
점하고 있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