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두번 생각하지 않았다.

11일 스코틀랜드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의회기능 부활및 조세권이양에
관한 주민투표에서 이들은 보수당의 끈질긴 "Think Twice(반대표를 던지라는
의미)" 캠페인에 등을 돌렸다.

투표결과는 의회기능부활에 찬성이 78%, 의회의 소득세율 변경권의 경우는
69%정도였다.

당초 예상대로 "Yes-Yes Vote" 캠페인을 벌여온 집권노동당의 압승으로
끝난 것이다.

이로써 오는 2000년에는 지난 1707년 연합법안에 따라 해체됐던 스코틀랜드
의회가 3백년만에 부활하게 된다.

국방 외교를 제외한 교육 사법 보건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입법 행정권을
행사할수 있게 됐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웨일스의회 부활에 관한 주민투표에서 웨일스인들도
스코틀랜드와 마찬가지로 찬성표를 던질게 확실하다.

영국헌정체제는 아일랜드에 자치권을 부여한 1921년이후 80년만에 본격적인
"지방분권시대"로 전환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적 의미와는 달리 지방분권화가 영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실 주민투표를 앞두고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까지도 "갑론을박"을 벌인
것은 이번 권한이양계획의 초점이 경제문제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스코틀랜드의회에 대한 소득세율 변경권 부여만 봐도 그렇다.

스코틀랜드의회는 이번 투표결과로 오는 2003년부터 현재 23%인 소득세율을
3%포인트 범위내에서 올리거나 내릴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문제는 의회의 세율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영국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그동안 잉글랜드에 비해 25% 많은 지원금
을 스코틀랜드에 보조해 왔다.

이같은 정부예산의 불균등 집행은 지방자치시대에 맞지 않으므로 앞으로
지원금을 없애거나 삭감할 게 분명하다.

또 영국정부가 스코틀랜드지역에 진출하는 외국기업에 투자비의 50%를
지원하는 보조금도 폐지될 운명에 놓여 있다.

그렇게 되면 독자적으로 "살림"을 꾸려 나가야 하는 스코틀랜드의회로서는
소득세를 올리고 주민세등 다른 항목의 세금변경권도 달라고 중앙정부에
요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곧 스코틀랜드주민들의 가처분소득 감소는 물론 현대전자 등 이곳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세금인상으로 이어져 불만이 높아지고 투자가 위축
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경제정책이 당분간 "혼란시대"를 맞게 된다는 점.

지방의회 부활에 따른 새로운 관료주의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와의
마찰 등으로 지금의 중앙집권체제에 비해 정책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제계가 스코틀랜드의회에 대한 조세권 부여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서유럽최대의 투자대상국인 영국의 위상이 이번 조치로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비록 집권 노동당이 "지방재정 분담이 이번 권한이양으로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경제인들은 별로
없다.

물론 이번 권한이양이 영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진 않다.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갈등보다는 상호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 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영국
경제력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런던=이성구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