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굴지의 다국적 신용카드회사인 마스터카드사가 임직원들의 잇단
퇴사에 당황해 하고 있다.

발단은 뉴욕 맨해턴 한복판에 있던 본사를 3년전 도심에서 북쪽으로
한시간 이상 떨어져 있는 시골 마을인 피처스시로 옮긴 데서 비롯됐다.

사옥 이전 즉시 총직원의 18%가 회사를 떠난데 이어 아직까지도 사표제출
행렬이 줄을 잇고 있는 것.

지금까지 이 회사를 떠난 임직원은 줄잡아 전체의 4분의 1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터카드는 임직원들의 대규모 "엑소더스"에 당황한 나머지 이들을
붙잡아 두기 위한 고육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지만 성과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회사측은 맨해턴의 화려한 생활을 경험한 직원들을 배려한 각종 후생복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사옥 내에 헬스클럽을 만들어 놓았는가 하면 1주일에 한번씩은 이발사,
2주일에 한번꼴로 매니큐어 미용사를 본사로 불러 직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전히 맨해턴에 살고있는 직원들을 위해 일주일에 두번씩 통근용으로
호화 페리보트를 운행하고 있기도 하다.

마스터카드의 고민은 이같은 대대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대해
마음이 떠나 있는 직원들을 붙잡아 두기가 쉽지 않다는 점.

설상가상으로 사옥이전에 따른 각종 비용이 당초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어 본사를 옮긴 것이 잘못된 결정이 아니었느냐는 내부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당초 본사 사옥이전의 이유로 "땅값이 비싼 맨해턴에 돈을
뿌릴게 아니라 한적한 전원도시에서 업무를 보는 편이 경제적으로나 직원
정서를 위해서나 한결 낫다"는 점을 들었었다.

그러나 당초 3천7백50만달러로 예상했던 이전비용(사옥건축비 포함)이 그
두배가 훨씬 넘는 8천만여달러로 불어나 버렸다.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각종 시설투자에 그만큼의 돈이 들어갔기 때문
이다.

이처럼 보람도 없이 돈만 날아간 꼴이 되자 마스터카드측은 "회사를 떠나간
사람들은 대부분 별반 경쟁력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애꿎게 "배신자"들만 원망하고
있다는 것.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