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내년부터 루블화의 가치를 1천배 올리기로 하는등 경제에 자신감
을 보이고 있다.

서방선진국들의 러시아에 대한 투자관심도 그 어느때보다도 높다.

지난 91년이후 외국기업들이 러시아에 68억달러를 투자했다.

현재 러시아당국에 등록된 외국기업수는 3만5천개.

한달에 수백개의 회사가 새로 생기고 있다.

현지진출 사업가들은 "1억5천만인구의 넓은 소비시장이 있는데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높은 세금과 터무늬없는 안전비용을 지불하고도 이익을 볼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러시아에 투자를 했다간 망하기 십상이다.

마피아등 범죄조직이 죽음을 건 상권다툼을 일삼고 있고 상황에서 정부의
규정이 제대로 지켜질리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는 최근 러시아에서 담배유통업을 하다 낭패를
봤다.

거액을 돈을 들여 페테르부르그 시내 곳곳에 낸 담배점포가 조직폭력단에
의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해 버렸던 것이다.

담배 술 상권은 이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러시아주재 미 상공회의소장 피터 채로우씨는 "러시아에서의 담배 술
유통업은 당신의 목숨을 위협할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회계사무소 로펌(law firm) 컨설팅업체등은 비교적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그 비결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는 점이다.

간판없는 대형빌딩내 조그만 사무실에서 일하고 거래상대도 대부분 기업
이다.

대금결제 또한 주로 온라인을 통하기 때문에 갱단의 눈에 띨리가 없다.

비즈니스에 관한한 러시아는 아직 무법지대다.

그러나 전혀 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이 러시아에서 투자하려면 보이지 않는 규율 을 따라야 한다고
현지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지적한다.

돈관리 파트너선택 세금 신변보호 등에 관한 일종의 불문율이다.

월스트리저널유럽은 최근 불문율 5가지를 소개했다.

첫째 안전한 사업을 선택하는 것.

담배 술 등은 절대금물이다.

조직폭력단들이 상권을 장악하고 있어 잘못 발을 내딛였다간 목숨까지
위협받는다.

금속거래도 위험한 분야다.

러시아당국에 따르면 지난 95년 한햇동안 금속거래업자 35명이 의문사했다.

둘째는 ''방패막이''다.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면 이들은 당신을 범죄로부터 보호해 준다.

현금취급이 많은 옷가게 레스토랑 식료품 사업의 경우 필수적이다.

전직 KGB요원들이 세운 합법적인 경호회사와 계약하면 된다.

스포츠웨어 업체 리복은 최근 모스크바 최대 사설경호업체인 모스트시큐리티
와 경호업무 계약을 했다.

이제 리복의 매장이나 창고 사무소에는 항상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다.

셋째 파트너 선택의 신중성.

파트너 선택은 사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사항이다.

파트너를 전문 소개하는 에이전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지만
전현직 KGB요원들이 운영하는 에이전트가 가장 믿을만 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네째 파트너와 분쟁해결은 사법적 해결이 아니라 전문중재인에 의해 주로
이뤄지며 그것이 최선의 방편이라는 사실이다.

''법''을 맹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섯째 탈세하지 않는 것.

러시아기업들은 실제로 탈세를 밥먹듯하고 있지만 외국기업들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면 안된다.

리복러시아의 한관계자는 "탈세자를 잡는 것은 세금경찰이 아니라 마피아"
라고 말한다.

마피아가 탈세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세금보다 많은 액수의 돈을 갈취한다.

<장진모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