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TV로 주목받고 있는 HD(고선명)TV의 세계 규격통일을 놓고 미국과
유럽간 막판 파워게임이 치열해지고 있다.

양 진영은 해당 기업들은 물론 정부의 물심양면에 걸친 지원을 등에 업고
아시아 중남미 호주 등 제 3진영"을 자기편에 끌어들이기 위한 세불리기
경쟁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즈가 25일 보도했다.

미국진영의 경우 LG전자가 인수한 제니스전자가 총 7개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그랜드 얼라이언스 시스템)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측 컨소시엄에는 제니스 이외에 AT&T 등이 참여하고 있다.

DVB(디지털 비디오 브로드캐스팅)시스템으로 불리는 유럽측 진영에는 IBM.
휴렛패커드 등 미국 기업들도 일부 참여하고 있는 상황.

반면 프랑스의 톰슨과 네덜란드의 필립스는 미.유럽 양진영에 모두 참가
하는 "양다리 걸치기"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또 한국은 미국측, 뉴질랜드는 유럽측으로 기울고 있다는게 뉴욕타임스의
지적이다.

미국 진영은 자신들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현재 미.유럽 양진영이 모두 개발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는 디지털 방식의
HDTV는 애초 개념 자체가 미국에서 나온 것이며, 유럽은 한동안 기존
애널로그 방식을 고집하다가 뒤늦게 뛰어든 후발 주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측은 몇년전까지 정부로부터 수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받으면서
까지 애널로그 방식의 HDTV 개발에 열을 올렸었다.

그러다가 93년 들어서야 비로소 애널로그 방식의 무용성"을 인정하고
현재의 DVB 방식 개발에 나섰다.

그렇다고 미국측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제니스 등의 디지털 HDTV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컴퓨터업계쪽에서 기존
컴퓨터와의 호환성이 충분치 않다"며 딴죽"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양측의 공동작업 결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논란의 결과로 한동안 HDTV 개발작업이 겉돌아야 했다.

현재로서 어느 쪽에 승산이 높다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분명한 것은 HDTV 규격통일이 미국 아니면 유럽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으며,
한국 등 제 3진영은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를 최대한 빨리 판단해 제품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 뉴욕=이학영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