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금슬이 좋아야 가정이 화목하고 경영진들의 궁합이 맞아야 회사가
번창한다.

아무리 거대한 조직이라도 이를 이끌어가는 것은 소수.

이들 소수 경영진에서 신뢰관계가 확립돼 있을 때 회사가 제대로 돌아간다.

"팸 퍼스"기저귀로 유명한 세계최대의 생활용품업체 P&G(Procter & Gamble)
는 존 페퍼 회장과 덕 야거 사장간의 독특한 스타일차이로 인해 회사경영에서
좋은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곳이다.

존 페퍼가 P&G의 회장겸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것은 95년 7월이다.

같은 때 야거는 사장이 됐다.

두 사람은 P&G의 대대적인 "수술"을 주도했던 에드윈 아르츠트 회장이
물러나면서 "차기" 물망으로 거론됐던 경쟁자관계.

페퍼회장은 인화를 존중하면서 부하직원들을 보듬어안는 덕장의 스타일인데
반해 야거는 전임회장처럼 강한 리더십을 내세워 부하들을 내몰고 이끌어가는
맹장의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페퍼의 손이 올라가 회장이 됐지만 그는 경쟁자관계였던 야거가
사장이 되는데 반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적극적으로 포용했다.

회사안팎에서는 두사람의 경영스타일이 달라 P&G의 경영혁신을 위한 노력
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었다.

그러나 페퍼회장은 많은 부분에서 권한이양에 인색하지 않았고 주변의
우려들을 말끔히 씻어낸 것이다.

P&G는 페퍼회장을 맞이한 이후에도 슬림화를 통해 순항하고 있다.

"Make it Simple"(단순하게 하라)이라는 구호는 이 회사가 기울여온
리스트럭처링을 한마디로 대변하고 있다.

제품수를 1천개 이상 줄인 제품단순화, 포장과 형태의 단순화, 한계에
다다른 브랜드의 매각.폐기, 신제품남발의 억제 등 회사와 관련된 모든
부문의 전 항목에서 철저한 재구축과정이 진행된 것이다.

페퍼회장은 이 모든 과정이 계획대로 이뤄지도록 묵묵히 뒷받침하고 있다.

96사업연도에 P&G는 3백58억달러의 매출액과 34억2천만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

회사가 어느정도 리스트럭처링의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페퍼회장은
새로운 21세기의 경영방향모색에 빠져있다.

그는 P&G가 "사람들을 깨끗하게(Clean)하는 신시내티기업"에서 "건강하게
(Healthy) 만드는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20,30년 50년후의 모습이요. 아마도 우리가 다루게 될 모든 제품의 개발
에서 "건강"이란 주제어를 가미하게 되겠지요. 고도의 산업화된 국가에서
사람들은 점점 노령화되는 동시에 체력이 약한 비만자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회사수명이 이미 1백60년에 달했지만 앞서 흐름을 읽고 대비한다면 다음
세기에도 최고의 기업반열에 서있을 것이란 게 페퍼회장의 생각이다.

< 박재림 기자 >

[ 약력 ]

<>193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포트빌 출생
<> 60년 예일대학교 졸업
<> 63년 P&G 입사
<> 74년 이탈리아 지사장
<> 86년 사장(미국사업부문)
<> 95년 회장 취임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