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70,80년대 무섭게 성장하던 아시아 국가들.

세계는 이들에게 "4마리 작은 호랑이"란 호칭을 붙여줬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 호랑이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제 지친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투자됐던 외국인자본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있다.

태국에서 시작된 동남아 통화위기는 호랑이들까지도 사냥감에 포함시킬
정도다.

여기서 빠져 나온 자금은 어디로 갈까.

헤럴드트리뷴지는 최근 아시아 호랑이를 대신할 새로운 새끼 호랑이
4마리가 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칠레 아일랜드 파키스탄 짐바브웨.

세계 투자자금도 지금 이들 4개국으로 이동중이란 분석이다.

새로운 4마리 호랑이는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이면서도 연평균 6%이상의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호랑이들과는 뚜렷이 구분된다.

아시아 호랑이들이 싼임금과 자본을 먹으며 성장했다면 이들은 차분하게
다져온 경제적기반과 정치적 안정을 토대로 내실있게 커가고 있다.

이들의 꿈은 "일본식 성공"이 아니다.

제2의 일본을 추구하다 고임금과 부동산가격상승의 덫에 걸려 후발 개도국
에 추월당하고 있는 아시아 호랑이들의 쓰린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만큼 이들은 훨씬 창의적이다.

아시아 호랑이들처럼 하나의 유형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4마리 호랑이가 어떤 성장궤도를 그리고 있는지 살펴본다.

< 육동인 기자 >

[[[ 칠레 ]]]

칠레경제의 최대 장점은 안정성이다.

중남미 주변국들이 높은 인플레와 부채로 심한 굴곡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도 칠레는 동요없이 5~8%대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덕분에 중남미진출을 고려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맨 처음 찾는 곳이 바로
칠레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과 경기침체로 투자자들이 아르헨티나 등지로 발길을
돌려 한때 위기를 맞는듯 했으나 최근 이같은 우려는 말끔히 씻긴 상태다.

오랜 숙원이었던 금리인하가 단행돼 단기금리가 연 7.5%에서 6.75%로
낮아져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연말쯤 추가인하가 예상된다.

주가지수도 올들어 30%이상 상승, 주식시장도 활황세를 거듭하고 있다.

20%의 높은 저축률도 경제의 앞날을 밝게 해주고 있다.

특히 3백억달러규모의 국민연금은 칠레경제의 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자의존도가 높은 주변국들이 미국의 금리인상여부에 따라
급격한 자본유출입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며 "따라서 칠레는 중남미지역에서 가장 안정적인 투자천국"이라고 분석했다.

< 김수찬 기자 >

[[[ 아일랜드 ]]]

아일랜드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온통 장밋빛이다.

지난 3년동안 국민총생산(GNP)는 평균 7.8%씩 증가했다.

웬만한 신흥성장 국가와 맞먹는 수준이다.

인플레 우려도 잠잠하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고작 1.6%.

한동안 경제의 발목을 잡아당기던 높은 실업률도 10%선에 붙들어 놨다.

더구나 영국과 오랜기간 끌어온 평화협상이 급진전되면서 정치안정까지
이뤄냈다.

아일랜드의 경제성장에는 EU의 보조금과 세금혜택및 외국기업 유치가
커다란 힘이 됐다.

하지만 자체 경쟁력을 갖추게 된 국내기업들의 분발이 갈수록 두드러진다.

또 수도 더블린을 새로운 금융중심지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도
전세계 투자가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모든 상황을 놓고 볼때 아일랜드 경제의 고속질주는 2000년까지 계속
되리라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역내 하위권을 맴도는 생활수준도 조만간 영국을 앞질러 EU회원국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는데도 이견이 없다.

고도성장의 기억조차 어렴풋한 유럽에서 아일랜드는 지금 새로운 경제모델
로 힘차게 떠오르고 있다.

< 김혜수 기자 >

[[[ 파키스탄 ]]]

주가지수는 올들어 42.5%나 폭등했다.

이같은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악재후에 활황이 온다"는 말이 된다.

파키스탄경제가 매력을 끄는 것은 더 이상 악화될 수없는 상황에서 벗어나
휼륭한 지도자를 만났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베나지르 부토 전총리가 집권한 3년여동안은 형편없었다.

예를 들면 국영기업의 임금은 50%나 올랐다.

국제채권단이 농장주를 비롯한 부유층에 증세하도록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상황이었다.

나와즈 샤리프 현총리가 들어서면서 파키스탄정부는 IMF의 "개인지도"를
받아가면서 착실히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협정이 맺어지고 과거 대출이 유예됐던 16억달러가 지난달
지원됐다.

무디스의 신용평가는 B2로 올라갔다.

외국인투자를 권장하는 등급에는 못미치지만 좋아진 것이다.

국제투자단은 파키스탄의 주식시장이 아직도 저평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파키스탄텔리콤 허브파워사등은 오래 쥐고 있어야 할 주식이다.

< 박재림 기자 >

[[[ 짐바브웨 ]]]

짐바브웨는 남아프리카지역 국가중(남아프리카공화국 제외) 가장 외국인
투자가 활발한 나라다.

개발도상국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이머징마켓펀드들은 총자산의
0.5% 정도를 짐바브웨에 투자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증권의 경우 아프리카전용 펀드의 21%를 짐바브웨에 묻어 두고
있을 정도다.

이에 힘입어 이 나라의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지난해말 60억달러를 기록,
전년도에 비해 2배정도 증가했다.

이처럼 외국인투자자들이 짐바브웨로 몰리고 있는 것은 경제성장률 기업
수익등 경제성적표가 남아프리카국가중 가장 우수하기 때문이다.

제조업체의 경우 올해 수익은 7%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광업및 농산물업체의 수익전망도 장밋빛이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6%를 기록하는 등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앞으로 상업은행 카튼컴퍼니 등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본격 진행될 예정
이어서 외국인 투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조성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0일자).